"탈보트랑 민우".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삼성과 홈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김광수 수석코치가 출전명단 제외선수 2명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왔다. 김성근 감독은 미치 탈보트와 김민우를 콕 짚어 말했다. 김민우가 제외됐다는 것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선발투수들이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는 게 일반적이다. 예상대로 김민우는 25일 삼성과 대전 홈경기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잡은 선발등판이 공교롭게도 생일날이다. 1995년 7월25일생인 김민우에게 이날은 20번째 생일이다. 생일날 프로 데뷔 첫 선발등판이라는 보기 드문 케이스.

김민우의 선발등판은 선발진이 붕괴된 한화의 팀 사정상 불가피한 고육책.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어깨 손상으로 4주 재활이 필요함에 따라 웨이버 공시됐고, 안영명도 어깨 통증 탓에 열흘은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선발로만 등판한 투수로는 미치 탈보트와 배영수 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신인 김민우에게 눈길을 돌렸다. 김 감독은 이번 주 "이제 김민우를 선발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날 삼성을 만나 김민우를 선발로 올리다. 팀 타율 1위(.299)에 빛나는 선두 삼성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한판이다.
용마고 출신으로 2015년 2차 1번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김민우는 입단 당시 '오른손 류현진'으로 장래성을 기대 받았다. 데뷔 첫 해 1군 19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15를 기록 중이다. 아직 신인의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했지만 꾸준히 다듬은 결과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해 있다.
140km 안팎에 그쳤던 구속이 140km대 중후반까지 상승했고, 느린 커브에 슬라이더까지 가미했다. 스스로 "경기에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불펜에서 계속 연습한 덕분에 구속이 오른 것 같다. 이제 직구 승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7월 5경기 1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82 호성적이다.
한화는 최근 5경기 1승4패로 고전하며 한 달 만에 순위로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투타에서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위기감이 고조된다. 김민우가 안 좋은 흐름을 바꿔야 할 중책을 안았다. 지난 22일 수원 kt전에서 구원으로 3⅔이닝 62구를 던지고 이틀밖에 쉬지 않아 긴 이닝은 어려워도 초반 경기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겁 없는 신인 투수 김민우가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20번째 생일을 자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