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7, 두산 베어스)는 후반기 타격감이 절정이다. 후반기 4경기에서 18타수 10안타로 타율이 5할5푼6리에 달하고, 2홈런 6타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마산 NC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번 타순에 배치된 김현수는 파울홈런 뒤에 곧바로 투런홈런을 때려낸 것을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의 시즌 타율은 3할3푼7리까지 올라갔고, 13홈런 68타점으로 20홈런과 100타점을 모두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김현수가 보여준 타격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4회초 2사 1루에 볼카운트 3B에서 왼쪽 폴대 바깥쪽으로 살짝 빠져나가는 파울을 날린 뒤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친 것이었다. 홈런 상황을 떠올리며 김현수는 "파울홈런 뒤에 홈런을 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볼카운트 3B에서 안 쳤다면 홈런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치면서 3B-1S에서 더 좋은 타이밍에 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후반기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후반기에 대비해 준비한 것들이 차분히 맞아가고 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오늘까지만 생각하고 내일은 다시 시작하겠다. 야구는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도 꾸준하지 못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현수의 말대로 야구는 늘 새로운 도전이다. 김현수는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선수들 중 하나다.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김현수는 성적이 좋을 때도 유지하려는 노력보다는 스스로를 바꾸는 모험에 앞장섰다. 그 결과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일반적으로 한 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김현수는 좋은 시즌을 보냈을 때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9 시즌 후였다. 당시 김현수는 김광림 타격코치와 함께 다리를 드는 것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김 코치가 퓨처스 감독으로 가면서 폼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이후 혼자 고민했던 흔적이 지금은 자산이 됐다.
이후에도 김현수는 항상 새로운 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주위에서는 타율이나 홈런 수가 크게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진보였다. 상대의 분석과 견제가 점점 심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랬다.
끊임없는 연구와 연습을 지속한 결과 김현수는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이르렀다. 2009년 타율 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을 찍은 이후 타율 3할2푼과 2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시즌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모두 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계속된 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결실을 하나씩 만들며 김현수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