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친정팀과 첫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배영수는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에 친정팀을 처음 적으로 만났다. 결과는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KBO 역대 6번째 개인 통산 1900이닝을 돌파했지만 5회 고비를 못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성적은 17경기 3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6.75.
평균자책점은 신인 시절이었던 2000년과 같다. 부상 후 슬럼프를 겪었던 2009년(7.26)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 2012년부터 성적이 하락세였지만 한화에선 살아날 듯 살아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잘 던지고 못 던지고를 떠나 배영수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한화에서 배영수는 선발 14경기 중 5이닝 이상 던진 게 4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10경기는 모두 5회 미만 투구로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3회에 내려간 것도 3경기 있다. 배영수의 투구 자체가 위력적이지 않은 것도 있지만, 김성근 감독은 선발이 흔들릴 때 한 템포 빠르게 교체하는 스타일이다.
비단 배영수뿐만 아니라 한화 선발투수들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다. 한화는 선발투수 5회 이전 강판이 42경기로 kt(43경기) 다음으로 많다. 배영수와 함께 안영명이 5회 이전 강판이 10경기 있다. 에이스 미치 탈보트도 6경기나 5회 이전에 내려갔다. 불펜을 일찍 가동하는 방법으로 한화는 호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배영수에게 낯설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에서 4년간 배영수가 5회 이전 내려간 것은 각각 6-4-3-4경기로 총 17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연평균 4.3회인데 올해는 이미 두 배를 넘어섰다. 배영수의 성적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화의 투수 운용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가 6회를 마치기 전 내려가는 퀵후크 역시 7경기나 있다. 지난 4년간 삼성에서는 5-2-3-3으로 13차례였다. 연평균 3.3회였지만 한화에서 두 배로 뛰었다. 삼성이 배영수가 흔들려도 믿고 기다릴 전력과 여유를 갖췄지만 한화는 아직 그 정도 전력과 기다림을 갖기 어려운 사정이다.
한화는 배영수가 5회 이전 내려간 10경기에서 2승8패에 그쳤고, 퀵후크한 7경기에도 2승5패로 고전했다. 배영수가 남기고 내려간 15명의 주자 중 6명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유야 어찌 됐든 배영수로서는 한화에서 달라진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