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찍고 지옥행 열차를 탔던 몰리나를 동료 수문장 유상훈(이상 FC서울)이 구해냈다.
서울은 2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홈 경기서 후반 중반 몰리나의 환상적인 왼발 발리 선제 결승골과 후반 막판 박주영의 슬라이딩 추가골을 앞세워 인천을 2-0으로 물리쳤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몰리나였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9분 기가 막힌 선제골을 터뜨렸다. 우측면에서 고광민이 올린 크로스를 아크서클서 논스톱 왼발 아웃프런트 발리 슛으로 연결하며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구석을 향하는 몰리나의 감각적인 슈팅에 유현 골키퍼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몰리나는 3분 뒤 프리킥 찬스서도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배달하며 김남춘의 추가골을 도울 뻔했다. 유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몰리나의 황금 왼발이 다시 한 번 빛난 장면이었다. 몰리나는 답답한 서울 공격의 윤활유였다. 날 선 패스로 잔뜩 웅크린 인천의 뒷마당을 여러 차례 허물었다. 특히 후반 4분 심상민의 오버래핑을 정확히 겨냥한 스루 패스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서울은 전반까지 완연한 주도권을 잡고도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비를 맞은 그라운드에서 최소 실점에 빛나는 인천의 벽을 허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으로 향한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답답한 서울의 공격을 이끈 주인공이 몰리나였다.
절체절명의 위기도 있었다. 후반 32분 인천의 코너킥 찬스였다. 몰리나는 박스 안에서 권완규에게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 허용의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유상훈 골키퍼가 번쩍 솟구쳐 조수철의 슈팅을 막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서울은 후반 막판 박주영의 추가골을 앞세워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몰리나가 유상훈의 미친 선방 덕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dolyng@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