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26)의 야구 인생은 김경문 감독(이상 NC 다이노스)을 만나 꽃을 피웠다. 모든 팀이 탐내는 좌완투수 유망주였으나 김 감독의 권유에 따라 타자로 전향한 그는 이제 방망이로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로까지 거듭났다.
하지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 아끼는 만큼 더 강하게 키우려 애썼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감독은 때로 나성범이 1~2타석만 소화했을 때 빼는 '충격요법'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만큼 평소와 다르게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할 때 선수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런 나성범에게 최근 이틀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두산과의 마산 3연전 첫 날인 24일 경기에서는 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 김성욱의 얕은 우익수 플라이가 나왔을 때 2루로 빨리 돌아오지 못해 2루에서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NC는 추격과 역전을 허용하며 3-9로 패했다. 그러나 하루 뒤에는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해 8-5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실 이 두 경기 사이에 김 감독은 나성범을 감쌌다. 비록 시리즈 첫 경기에서 실수가 있기도 했으나 김 감독은 "아쉽지만 감독이 뭐라고 할 수 없는 장면이다. 잡기 힘든 공인데 (민)병헌이가 잘 잡은 것이다. 오히려 성범이가 뛰지 않았다면 놓쳤을 때 테임즈가 2루에서 아웃될 수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감독의 믿음 속에 나성범은 하루 만에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에도 그는 "어제 나의 주루 실수로 인해 졌기 때문에 오늘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타석에서는 무조건 살아 나가야겠다는 마음이었고, 수비에서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각오 역시 비장했다.
나성범의 주루 플레이에 대해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것을 상대가 막고 오히려 흐름을 가져갔다"고도 했지만, 김 감독은 그를 질책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는 기대보다 빨리 나왔다. 1군에서 3번째 시즌을 맞아 나성범은 더욱 정신적으로 단단해지고 있다.
나성범과 함꼐 김 감독이 이끄는 NC도 성장해가고 있다. FA로 영입된 베테랑 3인방의 나이가 한 살씩 늘고 외국인 투수 1명도 빠진 것은 물론 셋업맨 원종현도 당분간 뛸 수 없게 되어 지난해와 같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선도 많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NC는 더 강해졌다. 감독의 믿음을 통한 선수의 성장으로 악재들을 이겨내고 있는 NC의 발전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