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번째 경기에서도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김병지(45, 전남)가 역사적인 경기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전남 드래곤즈는 26일 광양 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오르샤의 멀티골과 김병지의 선방에 힘입어 제주 유나이티드를 3-1로 제압했다. 승점 37점이 된 전남은 6위서 3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전남의 승리만큼이나 김병지의 무실점 경기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전남은 단 4분 만에 이종호의 선제 헤딩골이 터져 쉽게 경기를 풀었다. 어깨가 가벼워진 김병지는 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맞은 첫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김병지의 무실점은 깨졌다. 전반 22분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윤빛가람은 위력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좌측 상단에 꽂힌 슈팅은 김병지가 어떻게 손을 써볼 도리가 없었다. 대기록을 세운 경기를 무실점으로 장식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실점 후에도 김병지는 의연했다. 오히려 그는 후배 선수들을 위로했다.
김병지는 전반 35분 다시 한 번 프리킥 위기를 맞았다. 김병지는 골키퍼 정면으로 오는 땅볼슛을 깔끔하게 잡아냈다. 첫 실점의 아쉬움을 만회한 멋진 선방이었다. 제주의 공세가 계속됐지만 김병지가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고 있어 걱정이 없었다.
후반전 전남은 오르샤가 한 골을 더 넣으며 3-1로 달아나 확실한 승세를 잡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전남은 큰형님 김병지에게 승리라는 가장 값진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김병지 역시 그제야 골키퍼 장갑을 벗으며 웃을 수 있었다.
골키퍼는 수비진 최후의 보루다. 골키퍼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골키퍼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면 필드 플레이어 10명은 마음 놓고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김병지의 선방과 카리스마는 전남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다했다. 김병지가 45세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 프로축구서 조카뻘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이유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