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지 삼촌의 700경기를 위해’
전남 드래곤즈는 26일 광양 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오르샤의 멀티골과 김병지의 선방에 힘입어 제주 유나이티드를 3-1로 제압했다. 승점 37점이 된 전남은 5위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전남의 수문장 김병지는 역사적인 700경기에 출전했다. 1992년 데뷔한 김병지는 24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만 45세의 나이에 현역생활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김병지의 역사가 곧 프로축구의 신기원이었다.

하지만 대기록을 세운만큼 부담도 따랐다. 전남 선수들은 ‘삼촌’ 김병지를 위해 제주 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따랐다. 제주 역시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순순히 져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전남 선수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맏형을 넘어 삼촌뻘인 김병지를 위해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이 플레이에 그대로 드러났다. 전남은 경기 초반부터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제주를 압박했다. 아웃되는 공도 끝까지 따라가 태클까지 했다. 상대 반칙에 넘어져도 심판을 쳐다보기 전에 바로 일어나 공을 찼다. 투지에서 전남이 앞섰다.
전반 4분 만에 이종호가 선제골을 넣은 전남은 전반 22분 윤빛가람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먹었다. 대선배의 무실점 기록이 깨지는 순간. 후배들은 낙담하고 말았다. 이 때 김병지가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김병지의 위로를 받은 후배들은 선배에게 승리를 선사하기 위해 죽어라 뛰었다.
의욕이 앞서다보니 부상자도 속출했다. 전남은 전반 25분 이창민과 임종은이 부상으로 경기서 제외됐다. 하는 수없이 이른 시간 방대종과 안용우가 교체선수로 투입됐다. 전남은 막판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고, 승리를 지켰다. 김병지에게 소중한 선물을 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노상래 감독은 “솔직히 병지 때문이 아니라 팀 때문에 부담됐다. 항상 김병지는 믿는다. 그래도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팀으로서 한마음이 됐다. 오늘 경기서 선수들이 의미 있는 것을 해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첫 골의 주인공 이종호는 김병지를 가마 태우는 세리머니로 관심을 끌었다. 이종호는 “김병지 삼촌을 천하장사처럼 띄워드리고 싶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전남 선수들은 많게는 스물살 넘게 차이가 나는 김병지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김병지에게 배울 점을 묻자 이종호는 “(김병지와) 같은 포지션은 아니지만 롤모델이다.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관리법이나 인터뷰하는 법,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배울 점이다. 이번에도 삼촌이 발목이 안 좋은데 절대 지나치지 않고 인터뷰 할 때도 발목에 얼음을 대고 하더라. 그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보고 배울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지는 존재만으로도 프로축구 전체는 물론 한국축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김병지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