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서 부자(父子)가 나란히 뛰는 경이로운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전남 드래곤즈는 26일 광양 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오르샤의 멀티골과 김병지의 선방에 힘입어 제주 유나이티드를 3-1로 제압했다. 승점 37점이 된 전남은 5위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전남의 수문장 김병지는 역사적인 700경기에 출전했다. 1992년 데뷔한 김병지는 24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만 45세의 나이에 현역생활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김병지의 역사가 곧 프로축구의 신기원이었다.

경기 후 김병지는 “축구만 36년을 했다. 외길로서 오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돌아보니 앞만 보고 달리더라도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까지 온 모습처럼 남은 모습도 한결 같아야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앞으로 김병지의 가시적 목표는 무엇일까. 우선 777경기 출전이다. 앞으로 김병지가 2년 정도 더 뛰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김병지는 “정말 쉽지 않다. 25살 때 1~2년은 물만 먹고 뛰어도 됐다. 지금까지 24년 인생보다 앞으로 남은 77경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은 경기도 지금처럼 계속 가겠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있다”고 선언했다.
더 큰 목표가 있다. 김병지의 장남인 김태백(17, 언남고) 군은 진지하게 프로선수를 목표로 공을 차고 있다. 김병지의 700경기서 세 아들이 시축에 나섰다. 김태백 군이 하프라인서 찬 공은 골대 근처까지 날아갔다. 여타 청소년들과는 급이 다른 킥이었다.
과연 큰 아들과 아버지가 프로축구서 함께 뛰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김병지는 “태백이에게 ‘아빠가 너 대학졸업까지는 도저히 못 기다린다. 아빠가 못 기다려주니까 네가 쫓아오라’고 했다. 남은 1-2년 동안 열심히 해서 프로에 도전한다면 가능하다. 아들이 ‘알았다’고 하더라”면서 껄껄 웃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미래였다.
사상최초란 말을 달고 사는 김병지는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까. ‘철인’ 김병지의 다음 목표이기에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 jasonseo3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