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29, 두산 베어스)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은 공수 모두 리그 정상급 1루수 그 자체다.
오재일은 지난 26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4 동점을 만드는 투런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볼넷 3타점으로 팀의 7-4승리를 이끌었다. 2-4로 뒤지던 6회초에는 재크 스튜어트를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때렸고, 8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결승점의 발판도 마련했다. 경기 후 그는 "선수들 모두 꼭 잡고 싶었던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쁘다"며 개인 성적보다 팀 승리에 집중했다.
팀의 후반기 첫 경기였던 21일 인천 SK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후 5경기에 나선 오재일은 타율 6할(15타수 9안타), 4홈런 9타점을 올렸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오재일은 시즌 타율을 2할9푼9리까지 끌어 올렸다. 아직 24경기 출전이 전부지만, 앞으로 기회만 꾸준하다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8개, 2012)과 타점(28타점, 2013)을 모두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5월까지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오재일이 1군에 다시 올라오게 된 것은 수비 덕이 컸다. 시즌 초반 주전 1루수였던 김재환은 파워가 돋보였지만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이빈슨 로메로 역시 1루 수비가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반면 오재일은 비교우위가 확실했다. 오재일 자신도 이를 알고 있어 수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수비가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 매 이닝 잘 막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는 것이 오재일의 설명이다.
타격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 로메로 합류 이전에도 국내 선수들이 강한 타선을 꾸리고 있어 오재일이 타격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도 큰 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 능력을 앞세워 주전을 차지하게 된 뒤에는 선구안까지 안정되며 가지고 있던 파워를 더욱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자신감 또한 숨어 있었다. "시즌 초반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아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는 오재일은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삼진을 당해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퓨처스리그에 있을 때도)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위치는 하위타선이지만 자신감이 더해지자 중심타선과 비교해도 우월한 장타력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팀들과 달리 두산은 내야 중 1루가 가장 고민이었다. 타석에서의 한 방과 견고한 수비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가끔은 전문 2루수인 고영민을 1루에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오재일이 자리를 잡는다면 두산은 1루 포지션의 공수 고민을 한 번에 덜어낼 수 있다.
오재일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때는 2013 한국시리즈 2차전이었다. 1-1로 맞서던 연장 13회초에 그가 오승환을 상대로 결승홈런을 쳐 두산은 2승 무패로 앞서 나갔으나 아쉽게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을 오재일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역시 팀의 우승이다. 목표를 묻자 오재일은 "아직은 개인적인 목표를 가질 때는 아닌 것 같다.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1승이라도 더 거둘 수 있게 수비와 공격에서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할 뿐이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