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방망이에 맞는 공은 투수가 컨트롤할 수 없다. 온전히 투수만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기록은 탈삼진과 볼넷. 삼진과 볼넷은 투수가 수비와 관계없이 책임지는 기록이다.
삼진과 볼넷 비율을 수치화한 기록이 바로 K/BB. 삼진을 볼넷으로 나눈 수치로 수비 도움이라는 외부 요소를 배제, 순수한 투수의 힘과 능력을 알 수 있다. 보통 K/BB가 2를 넘어야 평균 이상의 투수로 평가되고는 한다.
26일까지 KBO리그 규정이닝 투수 22명 중 K/BB 1위는 삼성 윤성환(34)이다. 시즌 19경기 9승6패 평균자책점 3.52로 수준급 성적을 올리고 있는 윤성환은 탈삼진이 110개로 리그 3위이고, 볼넷은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적은 19개에 불과하다.

K/BB 수치가 무려 5.79로 리그 압도적인 1위다. LG 헨리 소사가 2위에 올라있지만 4.68로 윤성환에 미치지 못한다. 윤성환은 지난 2009년(3.85) 2013년(3.30)에도 규정이닝 K/BB 투수 1위에 올랐는데 올해는 그야말로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윤성환보다 더 높은 K/BB를 기록한 투수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1996년에 있었다. 1996년 MVP를 차지한 한화 구대성이 183삼진/27볼넷으로 무려 6.78의 K/BB를 기록했다. 같은 해 롯데 주형광도 221삼진/38볼넷으로 K/BB 5.82를 찍었다. 그 이후 가장 높은 K/BB를 윤성환이 기록 중이다.
그 사이 1999년 삼성 임창용(4.86) 1999년 한화 이상목(4.83) 1998년 해태 임창용(4.70) 1997년 쌍방울 김현욱(4.66)이 높은 K/BB 비율을 자랑했지만 5점대와 구대성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윤성환은 구대성 이후 무려 19년 만에 5점대를 넘어 6점대 K/BB를 향해 조용히 전진 중이다.
그만큼 윤성환은 제구가 안정돼 있고, 타자를 삼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있는 투수다. 특히 9이닝당 볼넷 1.36개로 코너를 찌르는 핀 포인트 제구를 갖췄다. 윤성환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절대 이유.
26일 대전 한화전도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 역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9승째를 거두며 3년 연속 10승도 목전에 뒀다. 윤성환은 "전반기 때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체력 보강하는 부분에 신경 썼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말로 후반기도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waw@osen.co.kr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