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레일리, KBO리그 최고 불행투수 등극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7.27 05: 54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브룩스 레일리(28)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 할 커리어를 쌓지 못했던 레일리는 롯데 스카우트의 레이더에 걸렸고, 보고를 받은 이종운 감독이 직접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날아가 확인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
원래 거물급 좌완투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던 롯데는 계약 과정에서 틀어지며 레일리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현재까지 롯데를 살린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레일리는 화려하진 않지만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3.55는 리그 7위, 121⅔이닝은 리그 8위다. 퀄리티스타트 13번은 팀 동료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공동 3위이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2실점 이하)는 9번으로 리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간혹 대량실점을 하며 무너지는 경기가 있지만, 레일리는 올해 KBO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외국인투수 가운데 한 명인건 틀림 없다.

레일리의 이러한 활약을 돌이켜볼 때 현재 그가 거두고 있는 6승 5패는 조금 부당하게 느껴진다. 레일리는 7월 6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 중이지만 단 1승에 그치고 있다. 4월에만 3승을 거두며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지만, 5월 이후에는 한 달에 1승씩만 추가하고 있다.
레일리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는 선발투수다. 규정이닝을 채운 22명의 투수 중 한국을 떠난 쉐인 유먼(한화, 1.94점) 다음으로 낮은 2점만을 지원받고 있다. 팀 동료 린드블럼은 4.15점으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득점을 지원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단순히 득점지원만 못받는 게 아니다. 잘던지고 내려가면 불펜이 블론세이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레일리는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팀도 2-1로 앞서있어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9회말 홍성민이 이범호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말았다. 홍성민을 탓할수도 없다. 홍성민은 2이닝을 던지며 안타를 딱 하나 맞았는데 그게 홈런이었다.
레일리의 7월 유일한 승리는 21일 울산 NC 다이노스전, 그날도 쉽진 않았다. 9회까지 모두 책임지며 1실점, 완투를 했지만 팀 타선도 침묵해 1-1 동점 상황에서 9회말에 돌입했다. 그리고 2사 후 대타 김주현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겨우 승리를 따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일리는 "팀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할 줄 아는 프로다. 설령 속마음은 아니라 해도 그걸 숨기고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진짜 프로다. 그래서 레일리는 롯데에 복덩이다. 8월에는 못 받았던 동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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