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책정된 몸값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거품’ 논란에 휩싸였던 고액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선수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며 팬들을 설득시킬 태세다. “인프라가 약한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FA 시장은 2013년부터 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스타들의 출현이 점점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 전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스타들의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그가 2년 사이에 8팀에서 10팀으로 확장되며 수요는 더 많아졌다. 각 팀들은 선수들의 몸값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전력 보강 및 유지를 위해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2013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FA 시장의 몸값은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팬들은 고액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내는지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몸값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는 더 큰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양상을 보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하며 ‘먹튀 논란’을 스스로 방지하고 있다. 한 때 부진했던 선수들도 점차 살아나며 반등을 노리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에서 올해 뒤 FA 선수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3년 겨울 FA 계약을 맺은 선수 중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총액 40억 원 이상(연 평균 10억 원 이상)의 선수는 5명이었다. 강민호(롯데)가 당시 역대 최고 금액이었던 4년 75억 원을 기록했고 정근우(한화, 70억 원), 이용규(한화, 67억 원), 장원삼(삼성, 60억 원), 이종욱(NC, 50억 원)이 40억 원 이상의 계약을 기록했다.
2014년 겨울에는 더 많은 고액 계약자들이 나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석민(KIA, 90억 원)이 최고액을 쓴 가운데 최정(SK, 86억 원), 장원준(두산, 84억 원), 윤성환(삼성, 80억 원), 안지만(삼성, 65억 원), 김강민(SK, 56억 원), 박용택(LG, 50억 원)까지 총 7명이 4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 FA 계약자들은 첫 시즌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선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강민호는 26일까지 올 시즌 타율 3할1푼, 25홈런, 6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포수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더 값어치가 있다. ‘먹튀 논란’은 이제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지난해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던 이용규는 타율 3할3푼6리, 23도루를 기록하며 한화의 돌격대장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근우 또한 시즌 초반 부상 후유증을 딛고 가파른 타율 상승세를 과시 중이다.
2014년 FA 계약자들은 대부분 무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90억 마무리’로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윤석민은 구원 부문 선두를 유지하며 KIA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도 하는 활용성을 고려하면 팀 내 승리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다. 장원준과 윤성환은 모범 FA 등극 가능성이 보인다. 장원준은 벌써 10승 고지를 점령했고 윤성환도 9승을 따내고 있다. 두 선수는 당초 '오버 페이를 했다'라는 시선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안지만은 20개의 홀드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는 등 여전히 삼성 불펜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박용택은 올 시즌 2할8푼6리, 11홈런, 43타점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부진한 LG 타선에서 그나마 자기 몫을 하는 선수 중 하나다. 부상으로 발동이 늦었던 최정과 김강민도 서서히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최정은 최근 8경기에서 연속 타점을 기록하며 전반기 부진을 만회해가고 있다.
최근 2년간의 고액 계약은 앞으로 KBO 리그 FA 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됐다. 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할 경우 앞으로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몸값도 덩달아 뛸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반대의 경우는 ‘고액FA 회의론’이 커질 수도 있었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전자 쪽으로 흐르고 있다. 올 시즌 후에도 김현수(두산) 정우람(SK) 등 각 포지션에서 최고액이 점쳐지는 선수들이 더러 시장에 나온다. FA 몸값이 계속 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팀별로 사활을 걸고 있는 육성 효과가 언제쯤 가시화될지도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