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베테랑 외야수 김원섭이 뜻깊은 날에 기적의 홈런을 날렸다.
김원섭은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6차전에 교체선수로 들어가 9회말 승리를 가져오는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팀은 6-3으로 승리했고 3연패 위기를 벗어났다. 선수로는 만성 간염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딛고 데뷔 15년만에 1000경기째 출전에서 드라마를 썼다.
김원섭은 선발출전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SK 선발투수가 좌완 김광현이었기 때문. 김기태 감독은 모두 1번부터 9번까지 우타자로 내세웠다. 김원섭은 차분히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면서 경기중 교체 투입을 기다렸다. 상대가 오른손 투수가 올라오면 대타로 나설 준비했다.

1-3으로 뒤진 7회초 기회가 왔다. 2사후 고졸루키 황대인이 좌전안타를 때리자 김호령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윤길현과 승부에서 볼넷을 얻었다. 다음타자 김주찬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 추격의 기회를 놓치는 듯 했다. SK는 윤길현에 이어 8회 2사후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려 한 점차 지키기에 나섰다.
정우람의 위용을 감안하면 그대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9회말 선두타자 나지완이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려 기회를 잡았다. 이어 대타 신종길의 번트때 정우람의 3루송구가 세이프가 되면서 무사 1,3루. 백용환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동점이 됐다.
그라운드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홍구는 고의 볼넷으로 출루했다. 정우람은 이홍구 대신 김원섭을 선택했다. 초구 직구를 놓치면서 볼카운트는 1-2로 몰렸다. 4구 몸쪽 높은 직구가 들어오자 벼락같은 스윙이 나갔고 타구는 맞는 순간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극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이었다. 개인 두 번째 끝내기 안타였는데 모두 정우람을 상대로 뽑았다. 2009년 8월 9일 군산구장에서 정우람에게서 9회말 2-3으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초구를 때려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거짓말처럼 6년만에 똑같은 투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김원섭은 경기후 "마지막 타석에 들어설 때 군산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머리에 그리며 들어갔다. 초구 직구를 예상했는데 미처 치지 못했다. 1-2로 몰린 상황에서 직구를 노린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에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성 간염을 갖고 있는 내게 1000경기는 너무나 큰 의미이다. 이것만 보고 달려왔는데 끝내기 홈런까지 기록해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타를 준비할때 감독님이 직접 오셔서 축하한다 수고했다고 하셨는데 많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게 고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