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1군 엔트리에는 2~3명의 포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1군에 유일한 포수는 아니다. 불펜에서 공을 받아 줄 보조포수들이 필요하다. 이들을 ‘불펜포수’라고 부르는데, 각 구단은 수준급 불펜포수를 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불펜에서 투수들이 몸을 푸는 데 공을 받아주는 게 불펜포수의 첫 번째 임무, 그리고 훈련 보조역할까지 수행하며 야구단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롯데 불펜포수 이민우(20)는 올해부터 롯데에서 일하고 있다. 올 초 부천고를 졸업한 이민우는 프로 지명도, 대학 진학도 하지 못했다. 부천고에서 3년 동안 포수로 활약했던 이민우는 부천고 감독의 추천으로 롯데 불펜포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묵묵히 맡은 일에만 전념하던 이민우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17일 있었던 올스타전 홈런레이스다. 이민우는 황재균과 짝을 맞춰 올스타전에 출전, 배팅볼 투수로 나서 무려 21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민우의 ‘맞춤식 배팅볼’은 황재균의 입맛에 딱 맞았고, 황재균은 홈런왕에 올라 진짜 거포 인증을 받았다. 황재균은 상금 500만원 중 약속했던대로 이민우에게 100만원을 줬다.

황재균이 이민우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전반기 마지막 청주 3연전에서 이민우가 경기 전 연습구를 던져 줬는데, 황재균이 유독 홈런을 많이 날렸다. 이민우는 “'너 올스타전 같이갈 생각 없냐'고 하셨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넘겼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 가보겠냐 싶더라. 존경하는 선배님들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데려가주세요'라고 했다.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덕분에 좋은 추억 남겼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균이 형이 좋아하는 코스를 알고 있어서 던졌다. 몸쪽 공을 굉장히 좋아한다. 바깥쪽공은 단타로 나오는데, 몸쪽 공은 과감하게 돌려서 장타가 되더라.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부천 토박이에 고교까지 부천고를 나온 이민우지만 롯데와의 인연은 적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강민호와의 인연이다. 이민우는 “베이징 올림픽때 처음 민호형이 포수로 멋있게 야구하는 걸 봤다. 그 모습을 보고 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목표가 민호형이다. 민호형이 경기하는 걸 가까이서 보는데, 볼배합과 상황대처 등 다양한 것들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이렇게 불펜포수로 일하고 있지만, 프로야구를 눈으로 보고 공부를 한다는 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불펜포수의 가장 큰 역할은 공을 받으며 ‘파이팅’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펜투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인데, 불펜포수가 얼마나 잘 받아주는지에 따라 자신감은 붙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이민우는 “우리 불펜이 한동안 힘들어서 투수 형들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우리 팀 불펜이 힘들 때 ‘왠지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좀 더 많이 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요즘 좋아졌는데, 특히 (김)승회형 공이 가장 좋다. 불펜 분위기도 좋아졌고, 형들이 정말 말이 많다. 안 좋았던 분위기와 기억들을 지워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펜포수로 일하면서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이민우. 대신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방망이를 혼자 돌린다. 언젠가는 다시 선수로 그라운드에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훈련을 한다. 야구장에서는 불펜포수라는 임무를 소화하느라 시간이 안 나고, 대신 홈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따로 훈련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이민우다.
이민우의 목표는 확실하다. “훈련보조를 하다가 선수로 돌아가는 게 목표다. 군대를 다녀온 뒤 다시 선수로 도전할거다. 이 일을 하면서 근육의 힘이 많이 떨어져서 지금은 웨이트도 하고, 감각 유지를 위해 방망이도 돌린다”고 말한다. 훈련보조로 프로무대에 발을 내딛은 이민우지만, 목표는 그라운드의 안방마님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