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오승택(24)은 아는 사람은 아는 롯데의 유망주였지만, 야구팬들에게 확실하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건 5월 23일 사직 LG 트윈스전이었다. 오승택은 그날 하루에 홈런 3개를 터트리면서 홀로 7타점, 엄청난 장타력을 보여줬다. 이후 오승택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면서 5월 타율 3할4푼6리에 5홈런 14타점으로 신데렐라를 예고했다.
그렇지만 실책이 문제였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오승택은 6월 포항 3연전 이후 2군행을 지시받았고, 이후 1군에 돌아와서도 수비로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수비가 나쁜 선수는 아니었지만, 1군에서 자꾸 실책이 반복되다보니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수비가 불안해진 오승택은 결국 타격까지 침체를 겪었다. 오승택의 7월 성적은 타율 2할5푼, 타점은 단 1점 뿐이다.
오승택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다. 지금 롯데는 문규현과 김대륙 두 명의 유격수를 기용하고 있다. 유격수로 타격재능을 가진 오승택이 좀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수비가 불안해서 자리에서 밀렸다. 그리고 지금은 1군 엔트리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오승택을 2군으로 보내서 좀 더 많은 경기경험을 쌓게 해야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펀치력을 가진 유격수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승택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 중요한 건 수비다. 그리고 수비는 재능만큼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경험까지 더해지면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다. 지금 오승택에게 필요한 건 최대한 많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해서 1군에서 무작정 오승택만을 위해 출전기회를 줄 수 없는 게 롯데의 실정이다. 기존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팀을 위해서도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찾은 방안은 3군 경기 출전이다.
오승택은 28일과 29일 부산지역 대학 팀과의 3군 경기에 유격수로 출전한다. 단, 1군 엔트리에는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1군에 등록된 선수가 2군 경기에 나서는 건 규정위반이지만, 3군경기 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낮에는 3군 경기를, 밤에는 1군 경기를 뛰게 된 오승택이다.
이 감독은 “1군에서 뺄까도 고민했지만, 지금 오승택을 다시 내리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거다. 많은 경험이 필요한데, 일단 3군경기라도 뛰도록 지시했다. 1군에서는 대수비나 대주자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게 오승택”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사직구장을 찾은 LG는 오승택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 준 구단이다. 홈런 3개, 그 장면이 오승택을 롯데 핵심 유망주로 끌어 올렸다. 현재로서는 선발 경쟁에서는 잠시 물러난 오승택이 팀의 배려 속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