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공격력은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7월 들어 홈런이 펑펑 터지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타율을 꼴찌이고 득점력은 9위에 그치고 있다. 그런 KIA가 올들어 끝내기 승리가 6번이나 된다. 광주 챔스필드에서 드라마틱한 막판 역전극을 연출하고 있다. 홈 팬들은 KIA가 7위에 그치고 있지만 "분명 예전보다 야구하는 것이 달라졌다"면서 새로운 야구, 힐링 야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개막 2연전이었던 3월 29일 광주 LG전에선 브렛 필이 5-6으로 뒤진 9회말 끝내기 투런을 쏘아 올렸다. 4월 23일 광주 롯데전에선 2-6으로 뒤진 9회말 필의 만루 홈런으로 극적인 동점. 이후 2사 만루서 이홍구가 끝내기 사구로 7-6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5월 13일 광주 kt전에선 김민우가 6-8로 뒤진 10회말 끝내기 스리런포를 날렸다.
5월 17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필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를 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잠잠했던 끝내기 드라마는 최근 다시 방영되고 있다. 지난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1-6으로 뒤진 8회말 동점을 만들고 6-8로 뒤진 9회말 백용환이 극적인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28일 광주 SK전에서는 막강 소방수 정우람을 상대로 김원섭의 끝내기 스리런포까지 터졌다.

그런데 왜 이런 끝내기 승부가 이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기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고참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베테랑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데 중간급 선수들이나 신진급 선수들은 알아서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경기 후반의 강력한 응집력과 끝내기 승부로 이어지고 있다.
예년같으면 경기후반 지고 있으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침울해지면서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해봐도 안되는데"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혔다. 삼성 등 강팀들을 만나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역전승이 적고 역전패가 많은 이유로 작용했다. 그런 소심한 팀 분위기가 올해부터는 완전히 뒤바뀌었고 강렬한 뒷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과 진정성을 갖고 깊은 교감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마음을 읽어준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한다. 강압과 질책 보다는 농담과 따뜻한 말로 다독인다. 이범호가 타격부진으로 극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때 "괜찮다. 수비로 잘해주고 있지 않느냐"며 힘을 불어넣는 식이다. 물론 선수들이 자기관리와 훈련에 소홀하거나 야구에서 진정성이 없는 태도를 보이면 반드시 벌을 준다.
2군에 내려가는 선수들은 반드시 감독실로 오게 해서 이유를 설명하고 파이팅을 주문한다. "네가 못해서 보내는게 아니라. 팀을 위해 좀 더 준비가 필요해서이다. 잘 하고 있으면 다시 부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작년 마무리 캠프에서 뛰었던 젊은 선수들은 모두 1군에 올려 기회를 주었다. 자신들을 배려하고 챙겨주기 때문에 '기필코 감독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이런 선수단의 마음이 모여 경기가 끝날때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엄연한 숙제도 있다. 이런 극적인 승리가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막 2차전 끝내기 이후 6연승을 달렸지만 당시 최약체 kt와의 3연승이 있었다. 6연승이 끝나자 5연패를 당했다. 4월 23일 롯데전 끝내기 승리 다음날은 패했다. 5월 13일 kt전 끝내기는 2연승에서 그쳤다. 5월 17일 두산전 승리 이후에도 연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7월 24일 롯데전 대역전극도 이후 2연패를 당했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전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수 주전들을 보더라고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한 선수들이 드물다. 수비가 좋으면 공격력이 떨어지고 공격력을 갖췄지만 수비 혹은 주루가 약한 선수들이 많다. 잦은 부상 때문에 노심초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김기태 감독은 선발라인업을 상대투수에 따라 매번 바꾸고 중간에 교체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펜진에는 심동섭과 한승혁이 제몫을 못하면서 허리 싸움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선발투수도 임준혁이 최근 힘을 보태고 있지만 양현종과 스틴슨 2명으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군까지 눈을 돌려 폭넓게 투수들을 기용했지만 아직은 마운드에서도 정예전력이 구축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올들어 천적이었던 삼성과는 6승5패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NC(3승8패)와 넥센(4승8패)에게는 약하다. 결국은 지금의 혼연일체된 분위기가 가을야구로 이어지려면 강팀과 맞붙어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기본적인 전력 강화에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물론 우승을 다투는 전력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팀의 체질이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졸 외야수 김호령, 고졸 내야수 황대인, 고졸투수 박정수 등 루키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홍구와 백용환의 포수들도 성장하고 있다. 내년이면 잠재력을 갖춘 군입대 선수들도 돌아온다. 선수들의 결집력이 견고해지면서 의식구조도 바뀌고 있다. 당면한 여러가지 어려움속에서도 드라마를 연출하며 버티고 있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