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꽝인 것인가.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야심차게 뽑은 네 명 모두 실패로 돌아가려 한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부터, 쿼드러플A급 선수, 그리고 메이저리그 베테랑까지 두루 데려와 봤으나 성공작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지난 6월 15일에 영입한 루이스 히메네스도 7월 한 달 동안 깊은 부진에 빠진 상황. LG 트윈스의 외국인타자 영입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사실 외국인타자는 LG에 엄청난 이득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컨택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많은 만큼, 중심타순에 거포 한 명이 추가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여기에 3루 수비까지 가능하면 금상첨화. 2014시즌부터 시작된 ‘외국인타자 한 명 이상 보유’로 LG는 야수진 구성에 방점을 찍을 듯싶었다. 무엇보다 LG는 그동안 외국인선수 영입에 통 큰 투자를 해왔다. 때문에 2013년 겨울, 많은 이들이 LG가 수준급 외국인타자를 통해 정상을 응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LG는 다른 팀들이 계약한 외국인타자에 비해 네임벨류가 현저히 낮은 내야수 조쉬벨(29)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서 꽃피지 못한 유망주를 영입, 조쉬벨이 코리안드림을 이루기를 바랐다. 그러나 LG와 조쉬벨의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쉬벨은 2014시즌 5월부터 급격히 추락했고, 4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짐을 쌌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고, 자기관리 소홀로 급격히 체중이 불었다. 향수병까지 시달리며 강남 생활만 만끽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4시즌 중반, 조쉬벨이 실패하자 LG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강타자를 뽑겠다며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3)를 데려왔다. 스나이더는 당시 마이너리그 트리플A 61경기서 타율 2할8푼4리 18홈런 5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에다가 미국에서 타격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LG의 기대는 상당했다.
스나이더는 LG 유니폼을 입자마자 수준급 타격을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경기 도중 헤드샷을 맞고 나서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수비 중 골반 부상까지 당했다. 포스트시즌서 맹타를 휘두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어쨌든 스나이더의 2014 정규시즌 성적은 37경기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지난겨울 LG는 스나이더에게 이별 통보를 했고, 다시 3루수를 찾아 나섰다.
쓰라린 실패를 맛본 만큼, LG는 2015시즌에 앞서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현역 메이저리거 잭 한나한(35)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한나한의 몸 상태가 LG의 발목을 잡았다. 한나한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종아리 통증에 시달렸다. 개막전 출장을 목표로 재활에 들어갔으나, 허리 통증까지 찾아오며 4월이 지나도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모두가 한나한의 몸 상태와 한나한을 데려온 LG 구단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한나한은 출장을 강행, 5월 7일부터 그라운드를 밟았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고, 주루와 수비 모두 불안했지만, 타격만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려했다. 실제로 한나한은 32경기에서 타율 3할2푼7리 4홈런 22타점 OPS 0.923으로 자신의 기량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그런데 6월 13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후 다시 허리 통증이 도졌고,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아웃 판정이었다. 결국 한나한은 한국에서 단 한 번도 3루 수비에 나서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LG는 지난 6월 15일 한나한의 대체자로 루이스 히메네스(27)를 영입, 반전을 꾀했다. 히메네스는 한나한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지는 않았지만, 힘과 스피드를 겸비했고, 아직 발전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단 건강했기 때문에 LG는 내심 히메네스가 삼성의 나바로처럼 되기를 기대했다. 히메네스가 6월 10경기서 타율 3할2리 2홈런 10타점 OPS 0.830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마침내 적임자를 뽑은 듯했다. 3루 수비까지 뛰어났기 때문에 LG의 후반기 반등카드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7월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까지 7월에 치른 17경기서 타율 1할9푼4리 2홈런 5타점 OPS 0.578의 처참한 성적을 찍고 있다. 7월 히메네스의 모습은 3루 수비만 뛰어난 백업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히메네스는 매 타석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고, 상대 팀은 이를 적극 활용, 유인구를 통해 히메네스를 잡아나간다.
물론 당장 히메네스의 성패를 판가름하기는 이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전히 LG는 승패마진 ‘마이너스 10’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성적도 2승 3패로 하락세다. 히메네스가 당장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있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는 FA 영입과 비슷하다. 여러 팀들이 한 선수를 놓고 경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LG 또한 2013년 겨울 브렛 필, 2014년 겨울 앤디 마르테를 놓고 각각 KIA, kt와 영입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최근 FA 영입 실패와 마찬가지. LG는 이들과 협상 테이블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받지 못했다.
브렛 필은 2014시즌 92경기서 타율 3할9리 19홈런 66타점을 찍고 KIA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5시즌에는 9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3리 15홈런 66타점으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마르테는 2015시즌 62경기서 타율 3할6푼6리 9홈런 49타점으로 kt 타선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LG는 이들의 활약을 바라보며 깊은 후회와 함께 쓰라린 웃음만 짓는 중이다.
양상문 감독은 2014시즌이 끝나자마자 도미니카로 출국, 직접 외국인선수 영입에 나섰다. 이를 두고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스카우트 입장에선 가장 고마운 일이다. 사실 비싼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가 실패해서 좌천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감독이 총대를 메고 직접 외국인선수를 뽑아오면 그럴 일은 안 생긴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LG 구단이 그동안 외국인 스카우트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줬는지 의문도 생긴다. 오죽하면 감독이 직접 나섰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