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젠틀맨리그', 정재형·장기하 꿀케미에 주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7.31 07: 08

분명 처음인데 이 남자들의 케미스트리가 심상치 않다.
가수 정재형과 장기하가 tvN 새 프로그램 '젠틀맨 리그'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데면데면 하지 않고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듯 친숙했다. 대놓고 잘난척을 하는 정재형의 두꺼운 낯짝과 솔직함과 엉뚱함으로 중무장한 장기하의 '똘끼'가 빚어낸 결과다.
지난 30일 방송된 tvN '젠틀맨리그'는 정재형과 장기하가 MC로, 홍승기, 이진우, 김준우가 각각 사회 문화, 경제, 역사 전문가로 젠틀맨리그의 본부에 입성하며 첫 시작을 알렸다.

다섯 명의 '젠틀멘'이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사회 현안을 논의하고, 그것을 통해 농담과 놀이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지식과 결합하는 지식의 향연이었다. 방송하는 58분 동안 머리가 아플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줄줄이 쏟아졌지만 앎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정재형은 등장과 동시에 자기자랑을 늘어놓아 웃음을 안겼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풀어보는 정재형 쇼"라고 소개하며 허세를 드러낸 것. 이에 장기하도 자신의 매력을 발휘했다. 정재형에게 "시작부터 왜 거짓말을 하냐. 제가 사실 말씀을 안 드린 게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제가 먼저 섭외가 확정됐다. 정재형씨는 제 곁다리로 들어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했다. 세 명의 전문가들의 자기 자랑은 더했으면 더했지 정재형 장기하 보다 결코 덜하지 않았다.
'젠틀맨리그'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사회 현안을 젠틀맨들과 함께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뜨거운 주제를 세 명의 전문가가 'G캐스트'라는 이름의 코너에서 전문 지식을 소개하고 가르쳐주는 강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첫 날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진우 경제전문기자가 먼저 무대로 나서서 전셋집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제 제도에 대해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줬다. 그는 전세가 사라지는 현상을 마치 연인이 이별하는 상황에 비유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마음이 아프듯 이제 전세를 보내줘야 한다"며 월세가 불가피해졌음을 설파했다.
이어 역사 전문가 김준우는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임대 제도를 설명하며, 다른 나라의 전세 제도와 우리 나라의 제도르 비교·설명했다. 탄탄한 발성과 부드러운 미소는 집중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는 퇴계 이황 시절부터 존재했던 임대주택의 역사를 알아보고 안띠끄레띠꼬, 하우스노마드 등 전세 제도와 관련된 고난이도 키워드를 짚어줬다. 덕분에 '안띠끄레띠꼬'가 집의 소유권이 세입자에게 넘어간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사회 문화 전문가 홍승기는 우리 곁에 '월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직장인들의 늘어난 통근 시간을 예로 들며 이로 인해 수면 시간이 대폭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전세 제도는 2년 계약인데, 과거 전세보호법이 발효되며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홍승기는 "한국인들이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없어지면서 차라리 차를 사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재형과 장기하는 알아 듣기 어렵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하나라도 따라붙잡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부록버스터'라는 코너에서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쉐어하우스를 소개했다. 작은 공간에 들어간 두 사람의 '몸 설명'이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정재형은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예쁘게 봐달라"고 했고, 장기하는 "우리는 전세 제도가 익숙한 나라지만 이제는 월세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 정책적인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 방송은 시청자들이 궁금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찾아 보지는 않던 '전세 제도'에 대해 일목 요연하게 설명하며 관심을 끌었다.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남녀의 로맨스가 담긴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겐 결코 즐겁지 않은 지루한 시간이었을 테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TV를 통해 시사 상식을 유쾌하게 접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다. 앞으로 정재형과 장기하, 세 명의 전문가들이 낯선 용어와 지식들을 얼마나 알아 듣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형과 장기하의 케미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젠틀맨리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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