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선발진의 막내가 씩씩하게 잘 던졌다. SK 잠수함 박종훈(24)이 안정된 모습을 선보이며 오래간만에 팬들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했다.
박종훈은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선발로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지난 6월 14일 롯데전 6⅓이닝 무실점 이후 처음이자 시즌 두 번째다. 8탈삼진은 한 경기 개인 최다다. 7이닝은 2012년 5월 25일 대구 삼성전에서 던진 후 최초로 개인 최다 타이 기록이다.
최근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하며 한 차례 고비를 맞은 박종훈이었다. 여기에 팀은 최근 4연패 중이었다. 광주에서는 KIA에 충격적인 싹쓸이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그것도 세 번 모두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맨들이 역전을 허용해 충격은 더 컸다. 박종훈의 어깨가 무거웠던 이유다. 중압감도 컸다.

그러나 이날은 LG 타선을 상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제구를 잡기 어려운 투구폼임에도 불구하고 볼넷은 하나밖에 내주지 않는 등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보여줬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박종훈은 2-0으로 앞선 2회 선두 정성훈에게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맞으며 이날 첫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진영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것에 이어 1사 2루에서는 양석환과 오지환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넘겼다. 한 고비를 처리한 박종훈은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순항을 이어갔다.
4회에는 서상우를 투수 앞 땅볼로, 박용택을 우익수 뜬공으로,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고 9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5회 선두 이진영에게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고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양석환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하고 불을 껐다. 이어 오지환에게 볼넷과 도루를 연거푸 내줬으나 유강남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6회에는 2사 후 서상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박용택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SK는 1회 2점 이후 추가점을 뽑지는 못했지만 박종훈의 든든한 호투 속에 리드를 지켰고 6회 1점을 더 보태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박종훈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위기상황을 잘 정리하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1사 후 이진영에게 우전안타, 양석환에게 좌익수 옆 2루타를 맞아 1사 2,3루에 몰렸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오지환과 대타 문선재를 모두 삼진으로 요리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즌 최고투의 완성이자, 다시 초조함 속으로 빠져 들 수 있었던 팀에 힘찬 기운을 불어 넣는 탈삼진 2개였다. 불펜은 박종훈의 호투에 보답하듯 남은 이닝을 차분히 정리하며 막내의 승리요건을 지켰다.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