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일의 기다림’ LG 김광삼, 가능성 보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31 21: 41

무려 1056일의 기다림이었다. 그간 부상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이지 못한 김광삼(35, LG)이 다시 선발로 출격했다. 모든 것을 다 태우지는 못한 등판이었지만 향후 가능성을 내비친 투구 내용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김광삼은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오랜만에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김광삼이 선발로 마운드에 선 것은 지난 2012년 9월 8일 잠실 KIA전 이후 무려 1056일 만의 일이었다. 부상으로 2013년과 2014년 1군 등판 기록이 없었던 김광삼은 포기하지 않고 야구 인생을 이어온 끝에 이날 감격의 복귀전을 가질 수 있었다.
1999년 LG에서 데뷔, 프로 통산 178경기에서 41승49패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한 우완 투수다. LG에 입단할 당시에는 초고교급 투수 중 하나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팀의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2003년 7승, 2004년 8승, 2005년 7승을 거둔 것이 그나마 내세울 만한 성적이었다.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굴곡진 야구인생을 살기도 했다.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설명하는 단어임과 동시에 순탄치 않았던 야구 인생을 상징한다. 2012년 10월 17일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김광삼은 12개월 재활판정을 받았다. 그 후 각고의 노력 끝에 복귀를 눈앞에 뒀으나 통증이 재발하며 복귀전은 하염없이 미뤄졌다. 팀 내에서는 젊은 선발투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위기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김광삼은 양상문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 후반기 선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날 4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 박정권에게 솔로포, 최정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시작이 불안했지만 그래도 몇 차례 위기를 잘 넘기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위기상황에서도 배짱 있는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몸 상태와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4㎞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던지며 삼진 5개를 뺏었다. 낮게 떨어지는 커브의 각이 좋았다. 빠른 공이 양옆으로 조금씩 빠지며 볼 카운트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는 경우, 투구수가 불어난 경우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제구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비록 이날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패전 요건을 벗지 못했으나 향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발판 자체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1056일을 기다린 이 베테랑이 다시 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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