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충격을 받을 만한 나날이었지만 정우람(30, SK)은 어느새 정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 세이브를 추가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정우람이 마지막을 지킨 SK는 4연패에서 탈출했다.
정우람은 최근 악몽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전반기 최고 불펜 요원이었던 정우람은 28일과 29일 광주 KIA전에서 연이틀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28일에는 김원섭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고 29일에는 브렛 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심리적으로 타격이 큰 패배였다.
하지만 정우람을 나무라는 이는 없었다. 제구가 되지 않았을 뿐 몸 상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것. 한 시즌을 던지면서 계속 잘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만큼 한 차례 고비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었다. 김용희 SK 감독도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어차피 마무리가 실패를 하면 패배다. 그것이 마무리의 숙명이다. 한 번 실패를 했으니 더 긴장하고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정우람을 감싸 안았다.

30일 하루를 쉰 정우람은 경기 전 굳게 다문 입술에서도 살며시 미소를 흘리며 심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을 털어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31일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정우람은 3-0으로 앞선 8회 2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타순은 정성훈 이진영으로 이어지는 LG의 중심타선이었다. 채병룡과 신재웅 카드를 썼고 윤길현이 이날 휴식조였음을 고려하면 SK는 정우람 외에는 기댈 대상이 없었다.
3점차 리드이기는 했지만 한 방이면 곧바로 블론 세이브였다. 정성훈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삼진을 유도했으나 공이 뒤로 빠지며 폭투로 1점을 내줄 때는 다소 불안한 감도 있었다. 그러나 정우람은 흔들리지 않고 이진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8회를 마쳤다. KIA전보다는 제구가 한결 나아져 있었다. 표정에서는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정우람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잡아내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단순한 1세이브 이상의 가치였다. 정우람이 건재를 신고한 SK는 한숨을 돌리고 다시 5위 한화 추격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선발진이 재정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우람의 호투는 SK 마운드에 또 다른 빛줄기다. /skullboy@osen.co.kr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