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성용을 꿈꾸는 정우영(26, 빗셀 고베)이 만리장성을 허물 채비를 마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지난달 31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이 치러질 중국 우한에 입성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2일 개최국 중국전을 통해 대회의 문을 연 뒤 5일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 9일 북한과 최종전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우승을 정조준한다.
정우영의 발끝에 시선이 모아진다. 슈틸리케호의 대체 불가능한 자원인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빠지면서 정우영의 빌드업 능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우영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서 풀타임을 뛰며 3-0 완승에 일조한 바 있다. 당시 안정감 있는 공수 조율과 수비력으로 기성용의 대체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곧바로 펼쳐진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서는 풀타임 소화에도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우한에 바로 합류해 첫 훈련을 마친 정우영은 "오늘 합류해 100%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출전 여부는 감독님의 결정이다. 경기에 나서게 되면 UAE전 이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슈틸리케호의 평균연령은 24.3세, 평균 A매치 출전 6.96경기로 출범 이후 가장 젊고 경험이 없는 대표팀을 꾸렸다. 23명 가운데 무려 18명이 1990년대생이다. 게다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라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레버쿠젠), 남태희(레퀴야) 등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핵심 요원들이 모두 제외됐다.
반면 중국은 최정예 전력으로 나선다. 2015 호주 아시안컵서 가능성을 선보였던 주축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는 광저우 헝다 소속만 7명. 정즈, 가오린 등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인물이 대다수다. 여기에 관중과 심판 판정 등 홈 이점까지 안고 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정우영은 "중국은 개막전 상대이고 홈 팀이다. 중국 축구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감독님도 말씀하셨듯 중국 일본 북한 세 팀 모두 강한 상대이지만 첫 경기인 중국전서 스타트를 잘 끊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한국은 중국에 갚아야 할 빚도 있다. 공한증은 옛말이다. 최근 2경기서 1무 1패로 열세를 보였다. 지난 2010년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서 충격전인 0-3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정우영은 중국이 공한증을 깼다는 질문에도 "공한증이 깨졌나?"라고 되물으며 "다시 이어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제대로 한 번 이겨주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