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3중고를 넘어 만리장성을 허물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저녁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의 정상 도전에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5일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을 벌인 뒤 9일 북한과 남북전을 통해 우승을 정조준한다.

슈틸리케호엔 쉽지 않은 승부였다. 평균연령 24.3세로 출범 이후 가장 어린 대표팀을 꾸렸다. 핵심 전력인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레버쿠젠), 남태희(레퀴야) 등 유럽파와 중동파가 빠졌다. 현재 보다 미래에 포석을 둔 진용이었다.
그러나 마냥 결과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한국, 중국, 일본, 북한 4개국이 벌이는 자존심 대결에 국민적인 정서도 고려해야 했다. 개최국 중국은 까다로운 상대였다. 이번 대회 최정예 전력으로 나선데다 연신 "짜요"를 외치는 안방의 이점에 우한의 찜통더위까지 더해졌다.
슈틸리케호는 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하며 고전했다. 중국도 마찬가지 조건이었지만 찜통더위에 더 익숙하고, 자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그들은 분명 한국 보다 유리한 환경이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무더위였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린 저녁 10시는 섭씨 31도, 습도 66%, 체감온도 37도에 달했다. 기자석에도 푹푹 찌는 더위가 느껴졌으니 뛰는 선수들은 지옥을 맛봤을 것이다.
슈틸리케호는 좀체 넘어서기 힘들 것처럼 보였던 3중고를 이겨냈다. 구세주는 신예들이었다. 김승대(포항)와 이종호(전남)가 나란히 A매치 데뷔전서 골맛을 보며 승리를 합작했다. 전반 막판까지 활로를 찾지 못한 슈틸리케호는 하프타임 직전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가 이재성(전북)의 기가 막힌 침투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했다.
후반 들어서는 '광양 루니' 이종호가 주인공이 됐다. 후반 12분 이재성과 김승대의 발을 거쳐 문전 안으로 날아온 공을 골키퍼 앞에서 툭 찍어 차는 재기 넘치는 개인기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3중고를 이겨낸 슈틸리케호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