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최근 몇 년간 확실한 안방마님이 없었다. 오랜 기간 LG의 홈 플레이트를 지켰던 조인성(40, 현 한화)이 2012년 FA 자격을 얻어 SK로 떠난 이후 여러 선수들이 안방을 들락거렸다. 지휘관이 자주 교체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조인성의 이적 후 김정민을 시작으로, 윤요섭 현재윤 조윤준 최경철 등이 차례로 마스크를 썼지만 다른 팀에 비해 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백업 포수였던 현재윤(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골칫거리가 더 생겼다. 지금도 혼란기는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유망주는 크고 있다. 최근 주전으로 나서는 빈도가 크게 높아진 유강남(23)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LG의 7라운드 전체 50순위 지명을 받은 유강남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1군 경험이라고는 2011년 3경기, 2012년 13경기밖에 없었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해 후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시즌이 65%가량 지나간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선수는 유강남이다. 유강남은 2일까지 78경기에 나가 주전 포수였던 최경철(35)의 출전 기록(72경기)을 넘어섰다.

오랜 기간 베테랑 스타들이 팀 라인업을 지배했던 LG다. 하지만 올해 부진한 성적,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 점진적인 리빌딩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그 선두주자 중 하나가 유강남인 셈이다. 팬들에게도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장타력이 주목받고 있다. 156타석에서 6개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팀 내 공동 4위다. 포수 포지션의 장타력을 포기한 지 꽤 됐던 LG로서는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포수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수비에서는 보완점이 많다는 평가다. 포수는 오래 공을 들어야 완성이 되는 포지션이다. 이제 만 23세의 유강남이 단번에 모든 기대치를 채우기는 어렵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도루 저지율에서도 아직 20% 수준이다. 그래도 꾸준히 훈련을 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양상문 LG 감독은 “분명히 모든 면에서 좋아지기는 했다”며 유강남의 상승세를 설명했다.
오래간만에 1군에 자리를 잡은 젊은 포수 자원인 만큼 팀의 기대도 크다. 양상문 감독은 유강남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믿는다. 홈런보다는 타율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유강남의 올 시즌 타율은 2할4푼1리다. 볼넷 9개를 고르는 동안 삼진 34개를 당했다. 정확도 측면에서는 더 향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양 감독은 수싸움에서 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감독은 “홈런이 나온다는 것은 좋은 재목임을 의미하기는 한다. 하지만 홈런을 친다고 해서 좋은 타자라는 것은 아니다. 주전 포수라면 일단 2할5푼은 쳐야 한다. 2할2푼에서 2할3푼을 치면서 홈런 15개를 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질과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2할5푼에 홈런 10개 이상을 쳐주길 기대했다. 장타에서 자질을 보인 유강남이 공·수에서 모두 발전하며 LG의 포수 혼돈기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