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불펜? SK, 세든 활용법 고민되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03 05: 50

아직 평가에 마침표를 찍기는 이르다. 그러나 그 평가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SK 대체 외국인 선수로 낙점되며 한국 무대를 다시 밟은 크리스 세든(32, SK)의 이야기다. 좀처럼 예전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활용도를 놓고 고민이 시작될 태세다.
팔뼈 골절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선수로 다시 SK 유니폼을 입은 세든은 복귀 후 4경기에서 기대와는 동 떨어진 성적을 냈다.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갔으나 16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9.37에 이른다. 4경기 중 3경기가 4이닝 이하 조기강판이었고 7월 21일 인천 두산전(6이닝 1실점)을 제외하면 모두 홈런포를 얻어맞으며 난타 당했다.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한국무대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은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세든 특유의 장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우려를 모았던 구속은 전체적으로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 특히 주무기로 사용하는 체인지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용희 감독은 “존에서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처음부터 볼에서 볼로 간다”며 아쉬워했다. 공 끝도 무뎌졌다는 평가다.

한창 때 모습을 유지해야 타고투저 양상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데 그마저도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세든은 4경기에서 16⅓이닝 동안 무려 6방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전형적인 플라이볼 피처이며 기교파 투수인 세든은 제구가 안 되거나 구위가 무뎌지면 장타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투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세든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부각되고 있다. 5강 싸움에 갈 길이 바쁜 SK도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불펜으로 돌려야 한다”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SK는 세든을 영입할 당시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세든도 보직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세든이 정상적인 구위라면 선발로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지금의 구위라면 불펜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마냥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SK는 1~2경기를 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김용희 감독도 2일 인천 LG전에 앞서 “퐁당퐁당 던지고 있다. 제구력에서 떨어지고 있다”라면서도 “일단 로테이션을 한 번 더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든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팀 마운드 사정을 봐도 세든을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현실인식도 있다. 세든이 불펜으로 가면 채병룡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롱릴리프 전력이 확연히 약화된다.
최근 몇 년간 계속 선발로 뛰었던 세든이 롱릴리프 보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SK의 마운드 구성과 운영상 롱릴리프 포지션은 가장 고된 보직이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곧바로 투입되는 보직이라 몸을 푸는 자체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선발이 잘 던지면 열흘 이상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외국인 선수 하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좌완 원포인트로 사용하기도 쉽지 않는 노릇. 결국 SK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세든이 다음 등판부터 ‘선발’로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SK는 불펜이 강하다. 리그 1위를 다툰다. 구성도 다양하다. 다승왕을 차지했던 2013년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5~6이닝을 막아줄 수 있다면 남은 이닝은 불펜으로 버틸 수 있다. 기대치가 여기까지 떨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SK에서는 선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이 다행이다. 세든이 계륵 신세를 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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