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한국에 완패를 당한 중국 축구의 팬심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중국 우한시 지역신문인 '우한만보'는 3일(이하 한국시간) '날씨는 이렇게 더운데 축구팬들의 마음은 차갑다'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았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축구팀 주력 멤버가 놀랍게도 한국 '2군'에 져서 아시안컵 8강의 후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2일 저녁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서 김승대와 이종호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한국과 중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최정예 전력에 안방 이점을 안은 중국이 우승후보"라며 치켜세웠다. 슈틸리케호는 평균연령 24.3세, A매치 평균 출전 6.96경기로 현재 보단 미래에 중점을 둔 진용을 짰다. 우한의 찜통더위와 중국의 홈 텃세도 넘어야 했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를 굴기로 내세우며 지대한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삼바 군단을 이끌었던 루이스 스콜라리 광저우 헝다 감독을 비롯해 브라질 스타 출신인 호비뉴와 현 국가대표 파울리뉴(이상 광저우 헝다) 등을 영입했다.
광저우 헝다를 위시한 중국 클럽들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득세하면서 자국민들의 기대감은 국가대표까지 이어졌다.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서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서도 정즈, 가오린, 펑샤오팅(이상 광저우 헝다) 등 주축 멤버들이 대거 포함되며 우승 야심을 품었다.
중국의 원대한 꿈은 일장춘몽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공한증이 부활했다. 지난 2008년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서 박주영의 2골과 곽태휘의 골을 앞세워 3-2로 승리한 뒤 7년 만에 만리장성을 허물었다. 한국은 201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서 중국에 충격의 0-3 완패를 당했다. 32년간 이어져오던 공한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2013년 동아시안컵서도 안방서 0-0으로 비기며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슈틸리케호가 한국과 중국의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값진 승리를 거뒀다./dolyng@osen.co.kr
한국에 패한 뒤 침통한 중국(아래) /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