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 출신 외야수 김진곤(28, kt 위즈)이 1군 적응을 마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김진곤은 원더스 출신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순탄치 않은 선수 생활을 해왔다. 2008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지만 2년 만에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많은 변화도 있었다. SK에 있으면서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전향했다. 방출 후에는 현역으로 군 복무부터 해결했다. 제대 후 여러 구단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였다.
원더스는 김진곤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좌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했다. 마침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 밑에서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 원더스에 입단하면서 익숙했던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 전향까지. 그리고 변화를 통해서 점차 성장했다. 지난해 교류전 38경기에서 타율 4할 (155타수 62안타) 25타점 31도루로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38경기에서 기록한 31도루가 kt의 눈을 사로잡았다.

선수 자원이 부족한 kt로선 어깨가 좋고 발이 빠른 김진곤이 큰 힘이 됐다. 조범현 kt 감독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 운영 플랜에 김진곤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kt라도 1군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은 아니었다. kt도 시즌 중 꾸준히 전력을 보강하면서 형님 구단을 위협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김진곤은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으나 4월 15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김진곤은 이날 경기에서 4회부터 대타로 출전했고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렸다. 이후 7회에도 중전안타를 치며 데뷔전부터 멀티히트. 기회가 열리는 듯 했지만 4월 25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후에는 1군과 2군을 4차례나 오갔다. 주로 백업으로 뛰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8일 1군에 등록된 후에는 제법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반 대수비로 주로 출전하며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2일 수원 롯데전에선 6회말 대주자로 투입돼 이대형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득점.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팀이 5-8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강영식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그 후 2사 1,3루서 김상현의 동점 스리런포로 홈을 밟았다. 8-9로 패색이 짙은 9회말 1사 1,2루에선 이성민에게 좌중간 동점 적시타를 날리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김진곤의 천금의 동점타로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고 끝내 12회말 김상현의 끝내기 안타로 kt가 승리했다.
김진곤은 이날 경기서 수훈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출루와 9회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쳤다. 모처럼의 활약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김진곤은 이날 경기 후 “어려운 경기를 이겨서 기쁘다. 팀이 이길 수 있어서 좋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진곤은 “이번엔 제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면서 “1,2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를 갈았다. 조금씩 1군에 적응하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1군 경기에서 활약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김진곤은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면서 “올 시즌 계속 1군에 남아 있고 싶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라는 각오도 덧붙였다. kt는 올 시즌 2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오정복, 하준호 등의 외야수를 보강했다. 이대형, 김사연 등의 기존 외야진도 나쁘지 않은 상황. 김진곤에게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지만 점차 본인의 장점을 앞세워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진곤이 올 시즌 남은 경기를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