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7, KB금융그룹)가 금의환향했다.
박인비는 4일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특히 '침묵의 암살자'라는 표현에 대해 "국내외 외신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면서 "마음에 든다. 별명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 이름만으로도 상대 선수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라고 의미를 뒀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첫날 공동 13위로 시작한 박인비지만 2라운드 9위, 3라운드 공동 5위로 치고 올라온 후 마지막날 대역전극을 펼쳐보였다.

또 박인비는 롤모델을 삼은 선수에 대한 질문에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선배님들이 우리가 좋게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어느 한 분을 꼽을 수 없다"고 말한 후 자신이 그런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골프 꿈나무에게 골프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그랬듯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브리티시오픈에서 16번홀을 승부처로 꼽은 데 대해 "어려운 홀이라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쳐야 할지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줄어들었고 운도 따랐다. 브리티지 오픈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1년차 때는 당연히 힘들다. 3~4년 계속 적응하다 보면 적응하게 되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따끔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LPGA에서는 6주 연속 뛰는 것이 시차가 계속 차이나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면서 "조금 감기가 들고 아픈 것은 스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결국 정신력이 있나 없나의 문제다. 몸이 시차 때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 오픈 직전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이에 박인비는 "결과가 좋게 나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물리치료사가 없었다면 경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인비는 "재작년에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작년에는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재작년, 작년 교훈들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바틍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에비앙 마스터는 박인비가 지난 2012년 7월 열렸던 대회에서 이미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다. 박인비는 오는 9월 열리는 '에비앙 마스터스'마저 우승을 차지하며 또 한 번 LPGA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인비는 "큰 욕심은 없다. 2012년에서 우승했고 똑같은 장소에서 경기하고 똑같은 트로피가 집에 있고 해서 그것만으로도 우승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좋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인비는 오는 7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도 제주시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5억원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박인비는 아직 국내 대회 우승이 없는 것에 대해 "1년에 2~3번 출전해왔다. 국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많은 대회가 남아 있어 욕심을 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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