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연(이천대교)을 향한 윤덕여호의 투혼은 불운에도 활활 타올랐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4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차전서 조소현과 전가을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일 중국을 1-0으로 물리친 윤덕여호는 2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표팀은 오는 8일 열리는 북한과의 대회 최종전을 통해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윤덕여호는 숙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부상 악령으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 7월 끝난 캐나다 월드컵서 주축 멤버로 활약했던 이들이 WK리그의 혹독한 일정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캡틴' 조소현을 비롯해 전가을, 권하늘 등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지난 1일 중국과의 1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다행히 정설빈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았다.
설상가상 멀티 자원이자 팀의 핵심 요원인 심서연이 쓰러졌다. 중국과의 경기서 오른 무릎이 돌아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된 그는 검진 결과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청천벽력 통보를 받았다. 심서연은 결국 대회 도중 귀국하며 윤덕여 감독의 근심을 깊게 했다.
태극 낭자들은 이를 악물었다. 중부상으로 낙마한 심서연을 위해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수장부터 나섰다. 윤덕여 감독은 "(심)서연이가 안타깝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간 부상으로 이어질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임선주는 "서연 언니가 부상을 입어 흔들렸지만 어떻게서든 중국을 이겨야 언니가 마음의 짐을 덜 것 같아 더 열심히 뛰었다"고 거들었다.
심서연도 이날 귀국 후 "선수들에게 나 대신 잘 싸워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꼭 우승해서 돌아오라고 전했다. 큰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로 진심 어린 응원 메시지를 건넸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윤덕여호를 외면하는 듯했다. 전반 30분 불운의 선제골을 내줬다. 나카지마 에미의 중거리 슈팅이 박스 안 권하늘의 몸에 맞고 굴절, 김정미가 지키는 골문을 통과했다. 야속한 골이었다.
윤덕여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반격에 나섰다. 돌아온 '캡틴' 조소현이 화려한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0-1로 뒤지던 후반 9분 골문에서 약 40M 떨어진 지점에서 볼을 가로 챈 조소현은 그대로 단독 질주해 박스 안으로 침투, 수비수를 앞에 놓고 골문 구석을 향하는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심서연을 위한 투혼의 골이었다. 조소현은 곧바로 심서연의 등번호 4번이 적힌 유니폼을 받아 감동의 세리머니를 펼치며 홀로 고국으로 떠난 동료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기쁨과 감동이 뒤섞인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아크서클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서 전가을이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일본의 골망을 힘차게 흔들었다. 심서연을 향한 태극낭자들의 투혼이 감동의 드라마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