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열세였다. 하지만 정신력 만큼은 앞섰다.
8명 vs 2명. 지난 1차전에 선발로 투입된 선수들이 다시 2차전에 선발로 투입된 차이다. 한국은 심서연의 부상과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어쩔 수 없는 투입이었다. 반면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은 1차전 완패의 분위기 반전과 체력에서의 우세를 위해 대대적인 교체를 했다.
체력의 차이는 확연했다.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이틀밖에 쉬지 못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1명 중 8명이 다시 선발로 뛰었지만, 일본은 단 2명만 이틀 만에 다시 선발로 뛰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전반전 중원에서 밀려 점유율 싸움에서 열세에 처했지만 공격 횟수 만큼은 차이가 없었다. 선제 실점으로 이어진 전반 30분 나카지마 에미의 슈팅도 권하늘의 몸에 맞아 굴절된 불운의 실점이었다.
체력의 열세를 없애기 위해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열세가 됐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경기에 대한 집중을 놓치지 않은 한국은 후반 9분 상대의 공격을 끊은 뒤 동점골을 넣었다. 중원에서 공을 가로챈 조소현은 문전까지 홀로 드리블로 돌파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정신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집중력은 경기 막판에도 빛났다. 무승부로 끝날 수 있는 후반 47분. 한국은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전가을이 골로 연결했다. 전가을은 정확한 프리킥으로 일본의 골문을 흔들며 한국에 2-1 역전승을 안겼다.
득점 이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의 한국 선수들은 모두 주저앉았다. 서 있을 체력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모두 앉아서 미소를 지었다. 체력은 바닥이 났지만 승리의 기쁨 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다. /sportsher@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