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의 무예에 축구를 접목시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속 ‘소림축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소림축구’는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액션코미디다. 소림사에서 무예를 익힌 주성치가 무술실력에 축구기술을 더해 프로축구선수들을 제압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영화 속에는 과장이 많다. 골키퍼가 태극권으로 공을 막아내는 장면, 슈팅이 너무 강력해서 사람들이 모두 날아가는 장면은 당연히 허구다.
하지만 오랜 시간 무예로 심신을 단련한 고수라면 일반 축구선수들이 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찾기 위해 김희태축구센터는 3일 오전 중국 등펑시에서 소림국제축구학교와 상호협력 및 독점파트너십 교류를 약속하는 교류협정(MOU)을 체결했다.

안정환(39), 박지성(34), 이승우(17, 바르셀로나 성인B팀) 등 한국축구의 스타들을 발굴해 온 김희태(62) FC KHT 김희태축구센터이사장은 중국 본토에서 소림사 수련생들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축구를 가르쳤다. 아울러 김희태축구센터는 선수와 지도자를 적극 교류하며 소림국제축구학교 학생들의 축구실력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소림무예학교에서 수련하는 학생들은 8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하다. 초중고를 모두 이곳에서 다닌다. 이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4회씩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무예훈련을 병행한다. 1만 5000명의 학생들이 전부 기숙사에서 지낸다. 일 년 중 설날을 제외하고 매일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내 규율도 엄격하다. 이런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면, 단시간에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김희태 이사장의 생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령아래 중국정부는 소림사 축구에 20억 위안(약 471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김희태 이사장은 4일 오후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8~9세에 불과했지만 무술경력이 3년차인 어린이들이었다. 공을 다루는 능력은 미숙했지만 무예능력은 기가 막혔다. 몸을 풀 때 전원이 180도로 다리를 찢는 것은 예사했다. 틈만 나면 재미삼아 공중제비를 돌았다. 체력, 균형감각, 유연성이 대단했다. 축구를 할 때도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김희태 이사장은 “프로선수들도 오버헤드킥을 제대로 차지 못하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학생들이 공중제비를 돌고 돌려차기를 하는 동작을 보니 오버헤드킥과 꼭 닮았다. 공 다루는 연습만 익숙해지면 기상천외한 ‘쿵푸축구’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중국축구의 실력은 기대이하다. 하지만 많은 선수자원, 정부의 정책지원, 막대한 자본력이 만나 중국축구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소림사 특유의 무술실력이 어우러진다면 아주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현실로 다가온 ‘소림축구’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jasonseo34@osen.co.kr
소림국제축구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김희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