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보트 당겨쓰기, 맞춤인가 고육지책인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05 06: 02

연패를 끊기 위한 한화의 승부수는 일단 미치 탈보트(32)였다. 다시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데이터, 그리고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최선의 선택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허약한 한화 선발진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시선도 상존한다.
한화는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SK와의 경기에 탈보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탈보트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8승7패 평균자책점 5.43을 기록하고 있다. 21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8번에 그쳤다. 평균자책점과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보면 기대만큼의 피칭을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다.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21명의 선수 중 최하위다.
그러나 한화 선발진에서는 그나마 가장 많은 이닝인 106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선발로 8번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마다 기복은 있지만 잘 풀리는 날은 팀을 승리까지 이끄는 능력이 한화 선발투수 중 가장 좋다고 볼 수 있다. 에이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한화는 그런 탈보트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다. 5일 선발 예고도 그런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탈보트의 어깨에 짐이 많은 한 판이다. 한화는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그리고 4일 인천 SK전에서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시즌 두 번째 4연패다. 승률이 5할로 내려왔음은 물론 KIA와 SK라는, 5위 싸움을 하는 팀들에게 연패를 당해 순위도 6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5일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하고, 여기서 집어든 카드는 4일 휴식을 취한 탈보트였다.
쉐인 유먼이 빠진 선발 한 자리가 펑크 났다고 쳐도 일정상 당겨쓰기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날 선발로는 배영수도 나설 수 있다. 오히려 순번으로는 배영수가 먼저다. 그러나 탈보트가 SK전에 강했고 배영수는 LG전에 강했다는 데이터가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탈보트는 올 시즌 SK를 상대로 2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5로 강했다. 반면 배영수는 LG전 2경기에서 표본은 작으나(5⅓이닝)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탈보트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화 선발진은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전이다. 이태양이 시즌 전 부상으로 빠졌고, FA로 데려온 송은범과 배영수는 아직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는 아직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SK에 강했던 탈보트를 조기 동원해 불을 끄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탈보트는 올 시즌 21번의 선발 등판을 했는데 2군에 열흘을 다녀온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서는 가장 많다. 안영명이 20번으로 두 번째이나 이는 ‘일주일 3번 선발’이라는 변칙적 운영 속에서 기록이 조금 부풀려진 부분은 있다. 반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배영수는 선발로 15경기 나오는 데 그쳤다.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있으나 선발 로테이션이 엉킨다는 자체가 그다지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여기에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5일 휴식보다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무더운 여름철이다. 화요일에 나서는 선발이 일요일에 나오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탈보트는 세 번 연속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탈보트는 7월 21일 kt전(6이닝 3실점)에 나선 뒤 4일을 쉬고 7월 26일 삼성전(6⅔이닝 3실점)에 나갔다. 또 4일을 쉬고 7월 31일 KIA전(4이닝 7실점)에 등판했으며, 이번에도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시즌 초반에도 이런 패턴이 있었던 탈보트는 4일 휴식 후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탈보트는 5일 휴식 후 등판시 9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6일 휴식 후 등판한 4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3.80이었다. 반대로 4일 휴식 후 등판했던 7경기에서는 2승4패 평균자책점 7.53으로 좋지 않았다. 28⅔이닝 동안 39개의 소나기 안타를 맞았다. 탈보트가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팀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한화 선발진은 더 꼬여갈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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