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30, SK)은 미소가 밝은 선수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는 자주 웃는다. 동료들이 뽑는 ‘스마일맨’ 중 하나다. 그런 윤희상은 올 시즌 얼굴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된 부분도 있었다.
예년에 비해 올 시즌 마운드에서 얼굴 표정이 굳어 있는 것에 대한 질문에 윤희상은 “상대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좀 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 올 시즌 마운드에 선 윤희상은 어떤 상황이 나와도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상황이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만병특효약’인 승리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다.
윤희상은 시즌 초반 좋은 페이스를 선보였다. 첫 7경기에서 4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3.86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 비교적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SK의 선발투수 중 가장 빛나는 성적이었다. 지난해 불운을 깨끗하게 날려 보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꽤 오랜 기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5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4승을 거둔 이후, 10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독한 승리 가뭄이었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10경기 중 6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은 2번밖에 없었다.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조기 강판된 날도 있었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기에 불운도 있었다. 5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한 날이 네 차례 있었지만 유독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승리조건이 날아가곤 했다. 안 풀리는 나날이었다. 스스로 답답할 법한 시기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윤희상을 응원하고 있었다. 윤희상은 지난 3일 첫 딸의 돌잔치에서 이를 실감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해 윤희상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윤희상은 4일 경기 후 “격려를 많이 받았다. 더 잘 던져야겠다고 마음먹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라고 털어놨다. 동료들도 공 하나하나에 기합을 넣으며 혼신의 투구를 펼친 윤희상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3루수 최정과 유격수 김성현은 몇 차례 어려운 타구를 잘 처리하며 윤희상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는 11경기만의 첫 승이었다. 윤희상은 4일 인천 한화전에서 6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역투, 멀리 떨어져 있었던 시즌 5승을 움켜쥐었다. 8개의 탈삼진은 올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130㎞ 중반대의 전매특허 포크볼이 한화 타자들을 얼어붙게 하며 맹위를 떨쳤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섞으며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구위가 한창 좋을 때의 100%까지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점차 살아나는 추세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반기 막판 구위 저하 경향이 뚜렷했던 윤희상은 후반기 2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하고 있다. 변화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빠른 공 구위가 조금씩 살아나며 단점이 메워지고 있다. 트래비스 밴와트의 부상, 대체 외국인 크리스 세든의 부진으로 속이 타는 SK 선발진에는 크나큰 힘이다.
아낌없는 격려에 대한 보답은 좋은 활약임을 잘 아는 윤희상이다. 윤희상은 4일 승리에 대해 “이겨서 기분이 좋다”라면서도 “다음 경기를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날 투구내용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간 많이 져서 팀에 미안했다던 윤희상은 “이제 준비를 잘 해서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직 만회할 시간은 남아있고, SK에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