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승리 대신 믿음을 얻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8.06 06: 00

슈틸리케 감독의 과감한 결단은 '승리' 대신 '믿음'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저녁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차전서 1-1로 비겼다.
1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오는 9일 북한과 최종전서 승리할 경우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다.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의 정상 등극에 가까워진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일 중국과의 1차전과 비교해 이날 선발 라인업에 대거 변화를 줬다. 무려 8명을 바꿨다. 주장 김영권(광저우 헝다)을 비롯해 김승규(울산), 장현수(광저우 R&F)만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최전방 공격수엔 이정협(상주) 대신 중국전서 단 7분 출전에 그쳤던 '고공폭격기' 김신욱(울산)이 공중전에 약점을 노출한 일본 격파 선봉에 섰다. 
2선 공격수도 새 얼굴로 가득 찼다. 김민우(사간 도스), 주세종(부산),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선발 출격했다. 중원도 다소 변화를 줬다. 정우영(빗셀 고베)과 장현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포백라인도 새 얼굴이었다. 왼쪽부터 이주용(전북), 김영권, 김기희(전북), 정동호(울산)가 출전했다. 골문은 그대로 김승규가 지켰다.
예고한 그대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최종훈련을 앞두고 "중국전과 비교해 한일전 선수 구성이 달라지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일 보면 알 것이다. 감독이 선수 전체를 믿는지, 일부 선수만 신뢰하는지 내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뱉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3경기서 모든 선수들이 출전한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결단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한일전은 누가 뭐래도 결과가 중요한 한 판이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 선발 출전한 11명 중 8명을 바꿨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격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수비 조직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공격은 세밀함이 부족했다. 잔뜩 웅크린 일본 진영에서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수비 조직력이 첫 경기 보다 좋아졌다. 공격은 상대가 공간을 내주지 않아 컨트롤 미스와 패스 미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명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번 대회에 선수들을 혹사시키려고 온 건 아니다.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모든 시간을 뛰게 할 생각은 없다.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 참가한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를 바꿨다."
수장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치의 믿음을 드러냈다. 그것도 한일전이라는 중대 일전에서 말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몸소 체감했다. 진정 원팀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슈틸리케호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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