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자책, 그리고 LG 타선의 오해와 진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8.06 09: 53

“내가 시무식 때 헛소리를 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2015년 신년하례식 발언을 후회했다. 양 감독은 지난 5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올 시즌 타격 부진에 대해 “내가 시무식 때 헛소리를 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감독은 지난 1월 5일 타자들을 향해 “무사 3루, 1사 3루에서는 100% 득점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아줬으면 좋겠다. 주자가 3루에 있으면 안타가 아니라도 득점할 방법이 많다. 3루에서 어떻게든 득점을 올려주기를 바란다”고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양 감독은 LG가 더 강해지려면 타격도 마운드만큼 올라서야한다고 봤다. 당장 팀 홈런수가 증가하거나 팀 타율이 상승하기는 힘들어도, 타자들이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다면,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LG는 2014시즌 경기당 평균 5.22득점을 기록, 이 부문 리그 7위에 머물렀다. 팀 평균자책점이 4.82로 리그 4위였던 것을 바라보면, 공격보다는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를 따냈다고 볼 수 있다. 2013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4.81득점으로 리그 4위, 팀 평균자책점 3.72로 리그 1위에 오른 바 있다. 마운드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 LG는 2014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플라이를 친 팀이었다. 희생플라이 57개로, 주자 3루에서 나쁘지 않은 득점력을 선보였다. 주자 3루시 타율은 2할7푼6리로 낮았으나, 61타점을 올리며 이 부문 리그 5위에 자리했다. 1사 3루에선 평균 이상이었다. 타율 3할5푼4리로 4위, 희생플라이도 10개로 4위(삼성·SK·NC, 11개 공동 1위)였다. 양 감독의 발언과는 다르게, 이전부터 LG 타자들은 안타 외에 방법으로도 득점을 올리곤 했다. 
문제는 올 시즌이다. 양 감독의 주문과 정반대로, LG의 올 시즌 득점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4일 잠실 NC전까지 경기당 평균 4.48득점으로 리그 9위, 희생플라이 29개로 리그 5위다. 주자 3루시 타점은 40개로 5위. 타격 모든 부문에서 중하위권에 있다.
-‘편견으로 감춰진 진실’ 최근 3년 희생플라이 순위-
2013시즌 두산:56개-LG:42개-KIA:42개-넥센:42개-삼성:41개-롯데:41개-SK:37개-NC:31개-한화:30개
2014시즌 LG:57개-NC:51개-SK:49개-한화:43개-삼성:43개-두산:43개-롯데:41개-넥센:40개-KIA:35개
2015시즌 두산:43개-삼성:43개-NC:35개-넥센:34개-LG:29개-한화:27개-kt:25개-롯데:23개-KIA:23개-SK:15개
타격부문 기록을 크게 잡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LG의 올 시즌 팀 타율 2할5푼9리로 리그 9위, 득점권 타율은 2할3푼7리로 리그 최하위다. 2013시즌 득점권 타율 2할9푼5리로 리그 2위, 2014시즌 득점권 타율 2할9푼으로 리그 4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LG 타자들은 나름 장점을 살려 점수를 뽑아왔다. 장타력은 부족해도, 컨택능력을 발휘해 상황에 맞는 타격을 했다. 신구조화란 과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지는 못해왔으나, 베테랑들은 건재함을 과시해왔다. 2013시즌에는 9번 이병규가, 2014시즌에는 7번 이병규가 타선을 이끌었다. 그리고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이 두 이병규와 함께 상위타선을 두텁게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양상문 감독 한 명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LG 타자들에게는 투수출신인 양 감독보다는 타격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 시즌 LG 타선이 이전보다 약해진 것은 타격코치 교체, 그리고 지금까지 팀의 중심을 잡았던 베테랑의 부진 때문이다.
LG는 2012시즌부터 김무관 타격코치와 함께 했고, 2014시즌까지 3년 동안 득점권 타율 2할8푼, 리그 3위의 기록을 냈다. 김 코치가 비록 LG를 롯데처럼 바꾸지는 못했어도(롯데는 2008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4년 525경기 동안 팀 OPS 0.782, 한 경기 평균 5.2득점으로 두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이전보다는 응집력 있는 타선을 만들었다. LG는 2007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5년 중 2010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득점권 타율 하위권에 자리한 바 있다.
김 코치는 2014시즌이 끝나자마자 돌연 SK로 이적, 고향팀에서 새 출발을 결심했다. LG 구단은 예상치 못한 김 코치의 이탈에 패닉에 빠졌고, 한 달이 넘게 새 타격코치를 찾지 못했다. 결국 2012시즌과 2013시즌, 2군 사령탑이었던 노찬엽 감독에게 타격코치를 맡겼다. 2군 감독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노찬엽 타격코치 선임을 두고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노찬엽 코치는 지난 6월 15일,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목 하에 육성군으로 내려갔다.
베테랑의 기량하락도 뼈아프다. 지난해 4번 타자로 도약한 이병규(7번)는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1군과 2군을 오가는 중이다. 박용택과 이진영은 2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다. 올해도 외국인타자 영입에 실패했고, 확실하게 떠오르는 신예 타자도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LG는 후반기부터 현재보다는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 언젠가는 찾아왔을 베테랑 타자들의 기량하락과 마주한 만큼,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중이다. 외국인타자 히메네스를 엔트리서 제외, 양석환에게 핫코너를 맡겼다. 트레이드로 임훈을 영입해 외야 수비력을 보강하면서, 문선재도 선발 출장한다. 수비가 약한 서상우도 꾸준히 타석에 선다.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리빌딩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도자와 선수가 손잡고 당장의 결과와 주위시선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확실한 방향 속에서 우직하게 움직여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LG는 다시 10년 암흑기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2, 3년이 LG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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