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실책 하나에 급격히 승부가 기울었다. 수비 하나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는 수비 실책에 의해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은 1-0으로 앞서던 4회말 무사 만루에서 넥센의 실책을 틈타 대량 득점에 성공해 9-0으로 앞서며 15-5로 승리했다. 상대 실책이 빅 이닝의 발판이 된 것이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넥센의 실책은 4회말에 나왔다. 두산은 선취점을 얻어 1-0으로 앞서고 있었고, 무사 만루에서 오재원은 투수 방면으로 가는 약한 땅볼을 쳤다. 하지만 투수 김택형이 이를 잡으러 앞으로 나오다 공을 놓쳤고, 2-0이 되며 두산의 무사 만루 찬스는 이어졌다.

그리고 이 찬스에서 두산은 허경민의 빗맞은 좌전 적시타와 1사 후 중견수 키를 넘겨 외야 우중간에 떨어진 민병헌의 3타점 3루타로 6-0을 만들어 승기를 잡았다. 이후 김택형을 강판시키고 9-0까지 달아나 두산은 더욱 승리에 가까워졌다. 이 과정에서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데이빈슨 로메로의 타구가 유격수와 2루수, 중견수 사이에 떨어진 일도 있었다. 타구를 잡지 못했더라도 단타로 막을 수 있었으나 2루 베이스 커버도 늦어 이 타구는 2루타로 기록되고 말았다.
평범한 타구를 놓친 자신의 실책에 아쉬운 수비까지 겹쳐 김택형은 4회말에만 9실점(8자책)하게 됐다. 김택형은 3회말까지 두산 타선을 잘 막았으나 처음으로 맞이한 큰 고비를 넘지 못했다. 동료들 역시 불안한 피칭을 하던 선발투수를 돕지 못했다.
두산이 범한 실책의 경우 경기 결과를 송두리째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내용에 일정부분 영향을 줬다. 특히 허준혁에게는 컸다. 9-0으로 앞서던 5회초 무사 1루에서 2루수 오재원이 이택근의 타구를 실책 없이 처리했다면 허준혁은 흔들리지 않고 무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채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실책 이후 허준혁은 3실점(1자책)하고 내려갔다.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강판당한 것이 허준혁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팀 타선이 많은 점수를 지원해줘 5이닝만 채웠다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실책 이후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윤석민에게 장타를 맞은 것을 포함해 3점을 헌납했다. 실책 하나에 경기 흐름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두산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