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25, 두산 베어스)의 방망이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드디어 유망주 딱지를 떼고 주전에 버금가는 백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고 출신의 박건우는 2009 신인 2차지명에서 두산의 2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다. 상위 지명권으로 각 구단이 대부분 투수를 선택하는데도 전체 10번째로 지명됐다는 것은 두산이 박건우에게 얼마나 큰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박건우가 경찰청 전역 후 세 번째 시즌인 올해 드디어 가능성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잠실 넥센전에서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하며 시즌 타율을 3할2푼4리(71타수 23안타)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후반기 14경기 성적은 타율 3할8푼6리, 2홈런 8타점으로 더욱 훌륭하다. 정수빈이 1군에 없는 상태지만 공백을 박건우가 빈틈 없이 메워주고 있다.

"큰 욕심은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는 박건우는 최근 불 붙은 타격에 대해 "타격 시에 다리를 들던 것을 줄였더니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변화보다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신 것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구단이 심혈을 기울인 유망주인 만큼 두산은 때로 박건우에게 시련을 주며 강하게 성장시켰다. 김태형 감독도 "건우한테 공을 많이 들였다. 냉정하게 대하면서 퓨처스리그에도 세 번이나 보냈다. 잠재력은 정말 큰 선수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건우도 이에 대해 "사실 처음에는 서운했다"고 했지만, "여기(1군)서 벤치에만 있는 것보다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올리고 오라고 내리셨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진 것도 있다"며 코칭스태프에 감사를 전했다.
박건우는 주장 오재원의 조언으로 모자에 '어쩌라고'라는 문구를 새기기도 했다. 야구는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는 게 박건우의 설명이다. 자신감으로 마음 속 조급함도 지워냈다. 박건우는 "2013년과 2014년엔 조급했다. 올해도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야구가 잘 되니 그런 것도 없어지는 것 같다. 형들의 도움도 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가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해 정체기도 있었으나, 이제는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입단 후 가장 좋은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지만 자신의 말대로 크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병헌이 형과 (정)수빈이의 백업인데, 수빈이가 다시 와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박건우는 백업이라는 위치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충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외야 세 자리에서 전천후로 나설 수 있지만, 보완할 점이 있다면 중견수 수비다. 김 감독은 박건우의 중견수 수비에 대해 "기본적인 스피드는 좋은데, 경험이 부족해 상황 판단은 아직 수빈이나 병헌이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타구를 따라갈 때 승부를 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플레이만 계속 보여줘도 이번 시즌의 목표를 달성하기엔 충분하다. 그 목표란 바로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이다. "수빈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죽어라 뛰겠다. 아파도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다. 올해 목표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다"라며 박건우는 다부진 포부도 밝혔다. 강하게 키운 박건우가 강해져 돌아왔다. 유망주의 성장으로 두산도 더 강해지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