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가 편하게 느껴졌어요. 언젠가 돌아올 곳이었기에".
한화 외야수 정현석(31)은 지난 5일 문학 SK전에서 5회 대수비로 교체 출장했다. 지난겨울 뜻밖의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재활을 거쳐 344일 만에 밟은 1군 그라운드. 팬들은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정현석은 이에 보답하듯 2안타 1타점에 호수비까지 펼치며 감동을 선사했다.
정현석은 모처럼 밟은 1군 그라운드에 대해 "그라운드를 밟을 때는 벅차오르는 감정은 없었다. 편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내가 돌아올 곳이었기 때문에 그랬다"며 "첫 타석에 들어설 때 팬들의 환호에 뭉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6일 대전 LG전에서는 홈팬들 앞에서 또 한 번 감격의 드라마를 썼다.

이날 LG전에서 5번타자 우익수로 첫 선발출장한 정현석이 첫 타석에 들어서자 팬들은 별명 '뭉치'를 외치며 환영했다. 그리고 정현석은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이제 2경기를 치렀지만 7타수 4안타 타율 5할7푼1리 1타점. 2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외야 수비까지 안정감이 있다.
정현석은 "기술적으로 크게 바뀐 건 없다. 큰 것보다 미세한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있을 뿐이다. 이제 2경기했는데 만족하기는 이르다"며 "팀이 어려울 때 왔는데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정현석의 1군 합류 2경기 만에 5연패의 사슬을 끊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위암 초기진단을 받고 비밀리에 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삼성이 FA 배영수의 보상선수로 정현석을 지명하면서 외부로 수술 사실이 알려져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정현석을 다시 현금5억5000만원에 재영입한 뒤 쾌유를 위해 모든 지원을 했다.
한화 선수단은 모자에 정현석의 등번호 5번과 그의 별명 뭉치를 새겨 넣으며 함께 할 날을 기다렸다. 정현석도 불굴의 의지로 재활을 시작하며 4월부터 재활군에 합류해 야구를 위한 몸을 만들었다. 6월13일부터 2군 퓨처스 경기에 뛰기 시작했고, 정식선수로 재등록되며 1군 무대까지 화려하게 복귀했다.
정현석은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활 기간 동안 수술 전 야구를 즐기지 못했던 것을 되돌아보며 '재미있는 야구'를 다짐했다. 정현석은 "그동안 야구를 즐기지 못했다. 아팠을 때 그게 후회더라. 이젠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석이 주는 삶의 교훈이다. /waw@osen.co.kr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