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거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독한 결단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07 08: 55

지난 6일 잠실경기. 9-3, 6점차로 두산 베어스가 넥센 히어로즈에 앞서던 5회초 2사. 만루 위기이긴 했지만 6점의 여유를 갖고 있던 두산은 선발 허준혁을 내리고 윤명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윤명준이 김하성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이 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막은 두산은 결국 15-5로 넥센을 꺾었다. 윤명준은 7회초 윤석민에게 추격의 투런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팀이 6회말까지 13-3으로 앞서 나갈 수 있게 경기를 이끌며 시즌 4승(6패)째를 챙겼다.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기고 내려오며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선발 허준혁도 자신이 교체된 상황을 납득하고 넘어갔다. 6일 경기 후 허준혁에게 5회를 넘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은지 묻자 "아쉽기보다는 부끄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은 승부처에서 재빠른 투수 교체를 하지 못해 경기를 내주는 일이 가끔씩 있었다. 하지만 한용덕 코치가 1군으로 올라온 이후 투수 교체 타이밍이 전체적으로 빨라졌고, 그러면서 잡는 경기도 생겼다. 다소 이르게 선발을 바꿔 경기 후반 어려움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결단을 내리면서 승부를 거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자신이 그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점수 차가 컸는데 (5회초) 선두타자에게 2S에서 몸쪽으로 승부를 들어간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9-0이던 5회초 허준혁은 선두 박동원을 볼카운트 2S로 몰아세웠지만 3구째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그리고 후속타자 이택근 타석에서 2루수 오재원의 실책까지 나와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한 끝에 3실점(1자책)하고 내려왔다.
허준혁이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은 두산으로서도 아쉽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넥센의 추격 흐름을 끊은 결정이 됐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준혁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승리를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흐름을 봤을 때 틀어막을 느낌은 아니었다고 판단해서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5회초 일어난 실책보다 박동원에게 던진 몸쪽 공이 더 아쉬웠는지 묻자 김 감독은 "그렇다"고 답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시즌 초부터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대체 선수들이 대처를 잘 해줬다"고 말한 김 감독에게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는 박건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박건우한테 공을 많이 들였다. 냉정하게 대하면서 퓨처스리그에도 세 번이나 보냈다. 잠재력은 정말 큰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박건우 역시 김 감독의 강한 결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박건우는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1군에서 벤치에만 있는 것보다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올리고 오라고 내리셨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진 것도 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박건우는 21경기에서 타율 4할3푼9리, 7홈런 8도루로 퓨처스리그를 그야말로 초토화하고 왔다.
NC, 넥센과의 2위 싸움은 물론 5경기차로 앞선 선두 삼성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두산은 승부를 걸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이 또 어떤 독한 결단으로 상위권 싸움에 뛰어든 두산을 이끌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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