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무13패' 한국, 결의에 찬 태극낭자의 북한전 각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8.07 06: 30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에 북한전은 특별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8일 오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북한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벌인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두 팀이 나란히 2연승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골득실서 뒤진 윤덕여호가 승리할 경우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오르게 된다.
북한전을 앞둔 태극낭자들이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한국 여자 축구는 북한만 만나면 작아졌다. 역대전적에서 1승 1무 13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 2005년 동아시안컵 1-0 승리가 유일한 승리였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서도 무릎을 꿇었다.

북한전에 출전할 경우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는 '중사' 권하늘(부산상무)은 "100번째 경기니 뛰면 부담될 것 같다. 100경기를 뛰었으니 노련하고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담이 된다"며 "이를 떨쳐내고 일본전서 못보인 부분을 확실히 보이고 싶다. 북한전은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하늘은 "북한전을 여러 번 뛰었는데 거의 패했다. 어렸을 땐 힘과 피지컬에서 많이 밀렸다. 하지만 우리도 경험을 많이 했고, 월드컵 때 훈련량도 많았다"며 "북한과의 경기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때도 어린 나이에 뛰었는데 크게 패했다. 어렸을 때라 언니 뒤에서 묵묵히만 뛰자고 했는데 차이가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북한전은 나에게는 더 특별하다. 군인이다 보니 북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난 전쟁터에 나가지는 않지만 경기장이 전쟁터라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필승을 외쳤다. 
일본전 동점골 주인공인 '캡틴' 조소현(현대제철)은 "물러서지 않고 거칠게 맞서야 된다. 북한전은 선제골을 내주지 말아야 된다"며 "말이 잘 통해도 경기장에 들어가면 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맞서야 하고, 지지 않도록 경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전서 극적 역전 결승골을 넣었던 전가을(현대제철)은 "한국과 북한 모두 체력적으로 떨어졌다. 경기 시간에 해가 있기 때문에 정신력과 체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수를 기회로 잡는 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을 아쉽게 끝마쳐서 다들 의욕이 크다. 이번 경기로 10년 만에 동아시안컵서 우승할 수 있다. 역사에 남고 싶다. 상승세인 여자 축구를 더욱 알리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가을은 "북한은 경험, 힘, 체력이 좋다. 후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우리도 다르지 않다. 중국전은 흔들려도 지켜냈고, 일본전은 승리로 만들었다"며 "북한전은 자신 있다. 난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핑계다. 마지막 경기는 몇 분 뛸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임선주(현대제철)는 "누가 북한전에 출전할지 모른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졌다. 뛴다면 설욕하고 싶다. 지소연 등이 빠졌지만, 북한에도 일부 선수가 빠졌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전원 공격과 수비를 한다. 이번 대회 생각보다 실점이 많은 것 같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수들이 제 몫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낭자들은 경계대상 1호로 북한의 주포 라은심을 꼽았다. 전가을은 "10번 라은심이 위협적이다. 이제는 가까워져 동료애가 있다. 호텔에서 만나면 몰래 인사를 할 정도로 만나면 반갑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그런 게 없이 싸워야 한다. 아시안게임 때 북한이 우승해 축하해줬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만들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임선주는 "라은심은 체구가 작으나 힘이 좋고 빠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선수다. 나이가 많은데 동료 선수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욕하고 짜증도 낸다"며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피지컬에서 밀리지만 2~3명이 시너지를 내서 힘으로 겨뤄야 할 것 같다"고 대비책을 밝혔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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