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선수들을 마구 올려서 10경기씩 쓰는 것은 의미 없다. 현재 1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방향을 잡고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 남은 45경기의 방향을 확실히 정했다. 양 감독은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올해 우리가 안 됐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고쳐갈 것이다. 선수들도 그래야겠지만, 감독인 나 역시 잘못한 것들을 철저히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LG는 지난 6일까지 4연패에 빠졌고, 시즌 전적 42승 56패 1무로 9위에 자리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막차인 5위와는 7.5경기 차이. LG의 전력과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연승을 달리고 기적을 이루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이 올 시즌은 마감할 수는 없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전력을 다하는 게 프로선수의 의무다. 특히 최근 기회를 얻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45경기가 자신의 커리어를 좌우할 것이다.
일단 양 감독은 무분별한 2군 콜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되, 이들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문선재 양석환 유강남 서상우 안익훈 등이 시즌 종료까지 뚜렷한 목표를 갖고 뛰어주기를 바랐다.
양 감독은 “2군 선수들을 마구 올려서 10경기씩 쓰는 것은 의미 없다. 현재 1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방향을 잡고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선재의 경우, 1할8푼에서 시작했던 타율이 2할3푼대까지 올라왔다. 시즌을 마칠 때 즘에는 2할6푼대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줬으면 좋겠다. 석환이는 3루 수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히메네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3루수로 뛰게 된 만큼, 평소보다 수비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우는 적은 기회 속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이 타석에 서게 할 것이다. 1군 투수들과의 승부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익훈이는 이기는 상황에서 대수비로 출장하고 있다. 당장 맡은 역할이 크지 않을지 몰라도, 장기인 수비력을 살려나가게 유도해 보겠다. 강남이는 올해 큰 공부가 되고 있을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힘든 일을 피할 수 없다”고 젊은 선수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양 감독이 언급한 선수 중 가장 주목할 이는 문선재다. 문선재는 지난 6월 15일 서용빈 타격코치 부임 후 33경기 11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2할6푼5리 3홈런 4도루 13타점 OPS 0.772를 찍고 있다. 양 감독의 말처럼, 6월 중순까지 1할대였던 타율이 최근 상승세로 2할3푼9리까지 올라갔다. 어설펐던 외야수비도 경험이 쌓이며 향상되고 있다.
문선재는 “서용빈 코치님을 통해 문제점이 많이 고쳐졌다. 항상 하체가 문제였고, 나 역시 이 부분을 수정하려고 신경 쓰곤 했었다. 코치님이 도와주시고 최근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서 의도했던 자세에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외야수비에 대해선 “이제 외야수 1년차니까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외야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웃었다.
덧붙여 양 감독은 내야진과 외야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야수 서상우의 수비 포지션을 조정해보려 한다. 현재 서상우는 부족한 외야 수비력으로 인해 지명타자나 대타로만 나서고 있다. 양 감독은 “일단 상우를 지금부터 마무리캠프까지 1루 수비 연습을 시킬 것이다. 당장 외야에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1루수쪽을 생각하고 있다”며 “상우가 2군에선 1루 수비에 나서기도 했다. 포수를 했었기 때문에 포구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괜찮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프로야구 선수도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다. 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 이대로 시즌이 끝날 경우, LG 선수들 대부분은 추락한 팀 성적으로 인해 연봉삭감과 마주할 것이다. 지난 몇 년과는 다르게, 올 시즌 LG는 기량이 향상된 선수가 거의 없다. 우규민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에 도전하고 있고, 오지환이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유격수로 올라선 게 전부다.
그러나 아직 반전의 기회는 열려있다. 남은 45경기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면, 연봉삭감이 아닌 연봉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저연봉을 받는 젊은 선수들은 인상률도 높다. 조연이 주연이 되려면 어쩌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한다. 누가 리빌딩의 주역으로 올라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