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자동차의 국내 운전자들이 제대로 뿔이 났다. 볼보코리아의 4년째 무반응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 볼보 자동차 운전자들을 이토록 분하면서도 서럽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포테인먼트의 한글지원 문제다.
지난 7월 24일 볼보코리아의 공식 페이스북에 “비오는 날 퇴근길에 들을 노래 추천해 주실래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는 볼보코리아가 자사 페이스북을 팔로우하는 이들에게 건넨 인사였다.
하지만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은 하나같이 볼보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한글 미지원 부분을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내용이었다. “차에 좋은 노래가 있긴 한데, 제목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알아 볼 수가…” “한글 지원 좀 해줘요” “오디오 정보창에 한글이 안 나와서 노래 찾다 사고나겠어요” 등이었다.

한 누리꾼은 본인이 운전할 때 즐겨 듣는 노래라며 'A□$□/O'의 '□□¹/O'라고 기호를 나열, 알아볼 수 없는 노래를 추천했다. 볼보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한글이 깨져서 나오는 상황을 꼬집었다.
▲ 운전자들, “볼보코리아 2012년부터 모르쇠” “구형 인포테인먼트 업데이트 안돼”
한국에서 볼보 차를 구매해 타는 이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볼보코리아가 한글지원을 위해 전혀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볼보자동차 동호회를 대표해 볼보코리아의 무반응, 무책임 사례를 제보한 신모 씨는 “볼보코리아 페이스북에서 볼보 차량 미 구매자의 일반적인 질문에는 즉각 답변해주지만 기존 운전자들의 한글화 요구에는 끝까지 묵묵부답을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한국 소비자들은 지난 2012년부터 볼보코리아 측에 국내 출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한글 지원을 요청해왔다.

신 씨의 제보에 따르면 현재 한글 지원이 안 되는 볼보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센서스 3.0(Sensus 3.0)’이다. 2012년 상반기부터 볼보 차량에 적용된 버전이다. 한글 지원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볼보자동차 운전자들 차량에 탑재된 버전이기도 하다. ‘센서스 3.0’은 한글 지원은 하지 않지만 태국과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언어 서비스는 지원한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은 볼보자동차가 한국 시장만 차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글 지원이 되는 버전은 ‘센서스 커넥트(Sensus Connect)’로, 볼보자동차에서 2014년 1월에 발표한 최신 인터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유튜브에 홍보를 위해 2014년 1월 6일 ‘센서트 커넥트’ 관련 동영상이 올라와있기도 하다.
국내 볼보자동차 운전자들의 역차별 주장은 스위스에 거주 중인 한 볼보 자동차 운전자 조모 씨의 제보로 더욱 거세졌다.

2014년 12월 10일 볼보자동차 동호회의 온라인 카페에 ‘오디오 한글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조 씨는 ‘2014년형 V60 D3’를 타고 있으며 순정 ‘센서스 커넥트 7인치 하이 퍼포먼스 멀티미디어’가 탑재돼 한글 지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MP3 파일의 노래 제목, 가수, 앨범 자켓과 ‘갤럭시 S4’를 쓴다며 연락처의 지인들 이름도 한글로 정확하게 표시가 된다고 설명했다.
볼보코리아에 의하면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 몇몇 시장에서 2014년 하반기부터는 2014년식에도 기본 탑재가 아닌 옵션으로 ‘센서스 커텍트’를 선택해 차량에 적용할 수 있었다.
제보를 한 신 씨는 이 글을 보고 볼보코리아가 2014년부터 한글 지원이 되는 ‘센서스 커텍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 지원이 불가한 ‘센서스 3.0’ 탑재 모델을 수입,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센서스 커넥트’를 국내에서는 2016년형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신 씨는 2016년 이전 모델은 ‘지니 맵’으로 현지화 내비게이션을 제공했지만 2016년형부터는 스웨덴에서 제작한 자체 맵을 적용해 되레 운전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볼보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볼보자동차 본사의 태도도 한국 운전자들의 서러움과 분노를 가중시켰다. 신 씨에 따르면 한 운전자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 본사 측에 직접 한글화 작업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한국에 볼보 공식 지사가 있으니 해당 지사에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 볼보코리아, “정책 문제로 한글 지원 시간 차 발생” “본사와 구형 업데이트 논의 중”
볼보코리아 측은 “이전 센서스 3.0과 센서스 커넥트를 제공하는 업체가 다르다”며 “본사 측에 볼보코리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했으며 본사 측에서도 이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메일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에서는 2015년식부터 센서스 커넥트가 탑재됐지만 대만을 비롯해 한국 등의 시장에서는 지도 공개 관련 문제로 2016년식부터 적용됐으며 2016년식 모델은 올 7월부터 수입돼 ‘D3’와 ‘D4’ 등 2016년식 모델에서는 한글 지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고객 분들의 불편함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본사 측에 코리아 측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논의하고 있는 중이지만 현재는 7월부터 본사가 휴가 중이고 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센서스 커넥트’가 이미 출시돼있는데도 ‘센서스 3.0’ 탑재 모델을 신차로 홍보하는 볼보코리아의 태도에도 기존 볼보 자동차 운전자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상관이 없는 내비게이션과 한글 지원 문제를 엮어 핑계를 대고 있는 볼보코리아는 ‘센서스 3.0’에서도 한글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동안 일반 소비자의 질문에는 피드백을 보이면서 기존 오너들의 한글화 요청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볼보코리아의 태도에 화를 냈던 건데, 한차례 기사가 나가고 나니 볼보코리아에서 곧바로 페이스북에 처음으로 한글화 요청 글에 답을 했다”며 “언론 보도로 싹 바뀐 태도에 기존 오너들이 더욱 분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fj@osen.co.kr
한글 지원이 안되는 국내 판매 모델의 센서스 3.0, 볼보코리아 페이스북 반응, 스위스서 이용 중인 V60 D3의 한글 지원 센서스 커넥트, 한글 지원이 안 되는 국내 판매 모델의 센서스 3.0, 지난 4일 볼보코리아 페이스북에 한글화 요청글에 7일 답을 한 볼보코리아(위부터)./ 볼보코리아 페이스북, 볼보자동차 동호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