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 공포 사극도 명품..실망 없었던 단막극 [종합]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8.08 00: 32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공포와 사극, 그리고 사도세자라는 식상할 법한 소재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연일 찜통과도 같았던 무더운 날씨로 고생했던 시청자들은 열대야를 잊고 ‘붉은 달’에 빠져들었다.
7일 밤 10시 50분에는 KBS 2TV '드라마 스페셜-붉은 달‘(이하 ’붉은 달‘)이 방송됐다. ’붉은 달‘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둠과 동시에 상상력을 덧붙여 사극 공포물로 재탄생 시키며, 공포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연기파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드라마 스페셜‘다운 퀄리티를 선보였다.
이날 ‘붉은 달’은 경종대왕을 독살하고 왕위에 오른 영조(김명곤 분)가 피의 전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세자(김대명 분)를 경종이 어린 시절을 보낸 저승전에서 키우기로 결심하는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저승전은 장희빈(조미령 분)의 저주가 걸려 있는 곳이었다. 장희빈은 저승전에 신당을 차려, 조선국과 후대에 임금이 될 이들에게 저주를 걸었고, 사약을 마시고 죽는 순간까지도 피를 뿜어내며 주술을 걸었다. 그런 저승전에서 세자는 장희빈의 혼령을 보고, 듣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나타나 세자를 괴롭히는 장희빈의 혼령에 세자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어느 날 세자의 침상에 죽은 내관의 시체가 던져지는 사건이 생겼다. 겁에 질린 세자와 여동생인 화완옹주는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배후를 캘수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편, 걱정이 앞선 세자의 어머니인 선희궁은 한밤중에 세자가 지내고 있는 저승전으로 오다가 시체를 어깨에 들쳐 메고 걸어가는 세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이어 세자가 시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대는 모습을 본 선희궁은 이 모든 것이 세자가 벌인 일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장희빈의 조종 때문이었다.
선희궁의 회갑연에서 세자가 마련한 가마를 예법에 어긋난다며 거절하는 둘의 모습을 보며 장희빈은 세자를 자극했다. 이에 세자는 칼을 들어 제 어미의 목에 대고 죽이려 했다. 뿐만 아니라 장희빈은 세손을 죽이려 지시했다. 장희빈은 세자의 곁에서 “네 할아비와 애비가 너를 내 집에 버렸다. 너는 살고 네 핏줄은 죽을 게다. 내가 누구인가. 불을 질러라. 하여 지존이 되거라”라고 속삭였고, 결국 세자는 동궁에 불을 질러 제 아들마저 죽이려 했다.
장희빈의 혼령에 조종당해 사람들을 살해하고, 어미를 위협하며 아들마저 죽일 뻔 했던 세자는 결국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히고 말았다. 세자가 미쳐갔던 건 장희빈의 혼령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부가 성에 안 차면 의지가 박약하다 하고, 밥을 먹으면 미욱하다 하고, 숨 쉬는 것조차 미워하여 자신을 저승전으로 밀어내며 세자를 배척한 영조에 의해 희생되고 만 것이다. 영조에 의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결국 또 다시 어둠 속으로 버려진 세자는 마지막 순간에 “대체 당신에게 자식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애절한 한 마디를 남기고 뒤주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붉은 달’은 아버지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이려고 했다는 팩트와 왜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의 효과적인 배합으로 단순한 공포 호러물이 아닌, 깊이 있는 역사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붉은 달’은 다시 한 번 믿고 보는 ‘드라마스페셜’의 저력을 확인시키며 명품 드라마를 완성했다. / nim0821@osen.co.kr
‘붉은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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