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첫 승' 아닌 '3승' 공 챙긴 이유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8.08 05: 55

고영표(24, kt 위즈)가 시즌 3승을 거둔 후 기념 공을 챙긴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선수들의 데뷔 첫 안타, 첫 홈런 혹은 첫 승 공은 기념을 위해 본인이 챙긴다. kt는 올 시즌 이 기념 공을 챙기기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인 구단이다. 창단 첫 안타, 첫 승 등 다양한 첫 번째 기록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인급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챙겨야할 공이 많았다. 불펜 투수 고영표 역시 올 시즌 구원승을 따낸 후 기념 공을 챙겼다. 하지만 데뷔 첫 승이 아닌 3승 공이었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한 고영표는 2014 신인지명회의에서 kt의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유망한 투수 자원이었다. 대학 시절 옆구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즉시 1군에서 활용 가능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핵심 불펜 요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군 첫 시즌은 녹록지 않았다.

고영표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마운드에 올랐다. 핵심 불펜요원보다는 추격조에 가까웠다. 지난 5월 9일 수원 LG전에선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1이닝 2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경기였다. 고영표의 실점 후 팀에 리드를 가져오면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2승째를 거뒀던 6월 23일 수원 LG전 역시 팀 타선의 도움이 컸다. 성적은 1이닝 1실점. 2번의 승리 모두 운이 따라줬다.
지난 6일 광주 KIA전은 달랐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서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엄상백에 이어 등판한 롱릴리프 조무근이 1⅓이닝을 소화한 후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급하게 고영표가 투입됐고 호투를 펼치며 3이닝 1피안타 2사사구(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7-2로 승리하며 고영표는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마무리 장시환이 빠진 가운데 고영표가 긴 이닝을 소화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조범현 kt 감독 역시 “시환이가 없어 투수 운용이 어려웠는데, 고영표가 길게 잘 던져줬다”라고 말했다. 7일 광주 KIA전에 앞서 만난 고영표는 손에 공 하나를 쥐고 있었다. 이 공은 다름 아닌 3승 기념구였다. 승리 날짜와 함께 ‘입단 최고의 투구 잊지 말도록’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정명원 투수 코치의 작품이었다. 제자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고영표는 이 공에 대해 “(이)대형 선배가 챙겨주셨다”면서 “이전 2승은 정말 창피했다. 올라가서 점수를 줬기 때문에 승리 공도 당연히 챙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원 3승째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피칭이었다. 이어 고영표는 “후반기 들어 좋아지고 있다”면서 “이제 시작이다”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모처럼 승리다운 승리를 따낸 고영표의 1군 적응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krsumi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