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용이형,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한화 투수 배영수(34)는 지난 6일 삼성 포수 진갑용(41)의 현역 은퇴 소식을 접했다. 진갑용은 올 시즌까지 KBO 등록선수 신분을 유지하지만 전력분석원으로서 새 삶을 준비한다. 배영수도 뒤늦게 소식을 듣고 전화기를 들었다. 전성기 시절 영혼의 배터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선배의 은퇴에 그 역시 감회가 남달랐다.
배영수는 "은퇴 사실을 알고 갑용이형과 전화통화를 했다. 무슨 말을 하겠나.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갑용이형도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인 것 같더라"며 "나도 기분이 묘하다. 내가 좋았을 때 형이 많이 도와줬다. 은퇴하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해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로서 존경한다"고 말했다.

배영수와 진갑용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9년 7월 진갑용이 두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배영수가 2000년 고졸신인으로 입단했다. 진갑용이 본격적으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이 2001년이었고, 배영수도 바로 이때부터 1군 선발투수로 화려한 커리어의 시작을 알렸다.
배영수는 "내가 처음 삼성에 입단할 때부터 갑용이형이 있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거름이 갑용이형이었다"며 "처음 입단해 갑용이형과 3년 동안 룸메이트를 하기도 했다. 내가 처음에는 몸이 많이 말랐었는데 갑용이형과 방을 같이 쓴 뒤로 살이 많이 쪘다. 그러면서 공도 같이 좋아졌다"고 떠올렸다.
배영수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진갑용의 명언이 있다. "스피드를 줄이고 파워를 늘리자". 배영수는 "갑용이형이 항상 나에게 한 말이다. 그 이후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빠른 공에만 의존하는 배영수에게 조금 더 묵직한 힘과 기교를 요구했고, 2004년 시즌 MVP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배영수는 포수로서 진갑용의 최대 강점을 '센스'로 꼽은 바 있다. 투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캐치하고 움직이는 것에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투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포수가 진갑용이었다. 당대 최고 포수와 함께 한 배영수는 당대 최고 투수로 시대를 풍미했고, 2000년대부터 시작된 삼성 왕조의 중심에 섰다.
배영수는 "갑용이형과는 여러 가지로 많은 추억이 있다. 기억에 남는 것으로 어느 한 장면이나 순간을 꼽기가 정말 어렵다"며 "포수로서 많은 도움을 준 갑용이형에게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진심 가득한 마음을 전했다. /waw@osen.co.kr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배영수와 진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