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감격도 잠시였다. 삼성에서 뛰어 한국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소프트뱅크의 우완 투수 릭 밴덴헐크(30)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공에 맞은 기요타 이쿠히로(지바 롯데)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쾌유를 빌었다.
밴덴헐크는 7일 일본 지바현 QVC마린필드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3회까지 2실점을 하며 출발이 좋지 못했던 밴덴헐크는 4회 팀이 5점을 득점, 역전에 성공한 상황에서 4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첫 타자인 기요타에게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이 안면으로 향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빠른 공이 기요타는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안면으로 향하는 공에 퇴장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밴덴헐크에게도 퇴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요타는 출혈이 있었고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다. 팬들은 물론 현지 중계진조차도 입을 열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공을 던진 직후 불상사를 직감한 듯한 밴덴헐크는 곧바로 모자를 벗고 고의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기요타의 상황을 한참이나 지켜보며 걱정을 표시했다. 이날 밴덴헐크는 3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사구 3실점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2.40에서 2.81로 올라갔다. 7월 한 달 동안 3승 무패의 상승세를 보이며 팀 선발진의 스타로 떠오른 밴덴헐크지만 8월의 출발은 내용적으로나 기분적으로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밴덴헐크는 경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팀이 역전을 시켰는데 미안하다. 기요타에게도 미안한 일을 했다. 이런 위협구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라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시 사과의 뜻을 드러냄과 동시에 기요타의 쾌유를 빌었다. 밴덴헐크는 일본어로 적은 트윗에서 “기요타 선수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빠른 회복과 복귀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적었다.
다행히 예상보다 큰 부상은 아니라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쓰러진 상황에서도 의식은 유지하고 있었던 기요타는 정밀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터진 입술을 봉합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다. 일본 언론들은 “약 일주일 후 실밥을 풀 예정”이라고 전했다. 모든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소식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