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된 후 단 한 번도 완전체 전력으로 레이스를 치르지 못한 한화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5할 승률이 붕괴되며 이제는 심리적으로도 쫓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고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이 무더위를 잘 버티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경기 막판 아쉬운 플레이가 나오며 연장 접전 끝에 졌다. 지난 주말 대전 KIA 3연전을 모두 내준 것이 이어 SK와의 5위 혈투에서 연이틀 패하며 충격의 5연패를 당한 한화는 LG와의 2연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써 한화는 승률이 다시 5할 아래로 떨어졌다.
SK와의 2연전은 5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상황의 중요성을 반영한 듯, 김성근 감독은 최근 선발진에서 그나마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었던 김민우와 미치 탈보트를 4일 휴식 후 등판시키는 강수를 썼다. 그러나 승부수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두 선수 모두 1이닝 소화에 그치며 선발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불펜이 남은 7이닝씩을 던져야 했다. 2패 이상의 손실이었다. 7일 LG전에서도 2연승을 위해 필승조를 모두 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타선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시 부상자들의 공백이 커 보인다. 한화는 돌격대장인 이용규를 사구 여파로 잃었다. 한 달 가까이 재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4일 경기에서는 이성열이 타격 후 1루로 뛰던 중 왼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겨 5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이로써 한화 타선은 강제적인 신예 전진 배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성근 감독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5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고민할 것이 뭐가 있겠나. (있는 전력으로) 경기를 하면 된다”라고 하면서도 “이용규의 공백은 크다. 이용규는 공격은 물론 수비도 되는 선수다. 확실한 1번이 없으니 타순을 짜기가 어렵다”고 난감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근 부진하기는 했지만 한 방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이성열도 지금 상황에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연습 때 기가 막히게 좋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무너지면 지금껏 투혼과 열정으로 버텨왔던 모든 것이 너무 일찍 물거품이 된다. 전력은 많이 빠졌지만 핵심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 시즌 막판에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아직은 5할 승률에서 -1이고, 5위 SK도 도망가지 못하고 있다. 승차는 반 경기에 불과하다. 낙담할 때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너무 처지면 그 기회 자체가 원천봉쇄된다.
지금 한화의 전력으로 갑자기 치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으면서 5할 유지, 그리고 5위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호재는 있다. 쉐인 유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에스밀 로저스가 6일 LG전에서 인상적인 완투승을 거뒀다. 한화는 길어야 4개월 계약이 될 로저스에 발표 금액만 무려 7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다른 팀 관계자들이 놀랐을 정도의 엄청난 투자였다. 그런 로저스가 2군에 내려간 탈보트를 대신해 에이스 몫을 한다면 선발진에 위안이 될 수 있다.
타선은 폭스가 최근 훈련을 재개하며 복귀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부상으로 빠져 있었던 김회성과 정현석도 5일 1군에 복귀했다. 위암 투병을 이겨내고 5일 복귀전을 가진 정현석은 복귀 후 맹타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용규의 공백으로 허약해져 있는 외야 한 자리의 공격력을 채울 수 있는 적임자다. 8월 말이 되면,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벤치도 전략을 잘 짜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한화는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필승조 카드를 주저 없이 꺼내드는 등 불펜 부하가 심했다. 물론 그런 흐름 속에서 잡는 경기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화가 달라졌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1승 이상의 큰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9월 막판 대반격을 위해 아낄 때는 아껴놓을 때도 있어야 한다. 5할에서만 버티면 분명 1~2번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 한화는 그 시점을 잡아야 한다. 수 계산이 탁월한 김성근 감독의 능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