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박인비(27, KB금융그룹)도 피로 앞에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나 보다. 지난 주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가 누적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는 한 박자 쉬어가기로 했다.
박인비는 8일 제주도 제주시 오라 컨트리클럽(파72, 6519야드)에서 계속 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원)’ 2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부진해 공동 7위로 내려갔다. 1라운드 67타, 2라운드 75타로 중간합계 142타 2언더파다.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하는 초인적인 힘을 보여줬지만 2라운드에서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정타는 후반 6번 파5홀에서 나왔다. 드라이버 샷부터 페어웨이를 벗어나더니 이어지는 후속 샷들도 방향성을 잃기 시작했다. 급기야 버팅 난조까지 겹치며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럭저럭 전반홀에서는 버디 1개, 보기 1개로 본전을 유지했지만 한번에 3타를 잃고 말았다.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브리티시 오픈 준우승자 고진영도 힘든 여정을 펼치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1라운드 보다는 감각이 회복 돼 보기 2개, 버디 3개로 1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이븐파로 공동 20위.
박인비는 경기 후 “첫 홀(10번홀 출발)을 버디로 시작해서 좋은 라운드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후 버디가 나오지 않았다. 중간에 트리플 보기도 있었는데(올해 처음으로 한 트리플 보기였다) 안 해도 될 실수를 많이 했다.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다른 홀은 보기로 잘 막아냈는데 트리플보기는 아쉽다. 어제부터 파5홀에서 버디를 하나도 잡지 못한 것이 스코어를 못 줄이고 있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날씨가 더워서 못 친 건 아니다. 힘들어서 못 친 게 아니라 못 쳐서 힘든 거다. 더운 날씨는 어쩔 수 없다. 물을 많이 먹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마지막 3라운드를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다.
2라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낸 주인공은 신예 최은우(20, 볼빅)였다. 최은우는 버디 3개, 보기 1개 2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의 성적으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올 시즌 신인인 최은우는 ‘2014 드림투어’ 상금순위 5위에 랭크 돼 올 시즌 KLPGA 시드권을 확보했다.
최은우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어제는 보기 없는 플레이를 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9번홀에서 보기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다만 후반 17,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남겨놨는데 둘 다 놓쳐서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 시즌 KLPGA 신인으로 뛰고 있는데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고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것 같았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상반기 초반 두 대회(삼천리, 넥센)에서 연속으로 예선 탈락을 하면서 그 때부터 잘 쳐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마음이 촉박해졌다. 지금은 많이 적응됐고 편안하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최은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로 가서 골프 유학을 한 뒤 고등학교를 마치고 귀국해 KLPGA에 입문했다. 하반기 동안 더욱 열심히 해서 시드권을 유지하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한다. /100c@osen.co.kr
박인비와 최은우의 경기 모습.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