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늘(27, 부산상무)이 A매치 100번째 경기에 나서며 한국 여자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오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북한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2승 1패를 기록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나란히 2연승을 거둔 한국과 북한의 승자가 우승컵을 거머쥐는 시나리오였다. 골득실서 1골 뒤진 윤덕여호는 반드시 북한에 이겨야 2005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권하늘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하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한국 여자 축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2006년 11월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약 9년 만에 대업을 달성했다.
권하늘은 이번 대회 내내 오른 무릎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중국과의 1차전엔 나서지 못했고, 일본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전만 소화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대회 최종전이었던 북한전서 센추리클럽 가입도 미지수였다. 권하늘 본인도 남북전을 앞두고 "북한전에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권하늘은 당당히 선발로 나서며 북한에 복수를 꿈꿨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서 당한 패배를 되갚음과 동시에 한국의 8연패 사슬을 끊어내야 했다.
권하늘은 의욕이 넘쳤다. 넓은 시야와 탄탄한 수비로 공수를 조율하던 권하늘은 전반 38분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며 동점골은 무산됐지만 북한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권하늘은 후반 11분 장슬기와 바통을 터치하며 의미 있는 A매치 100번째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여자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