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처음으로 승패마진이 -10까지 떨어졌다.
롯데는 8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전에서 8회에만 홈런 2방으로 5실점, 4-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로 롯데는 46승 56패, 최근 3연패 부진에 빠지면서 8위에 그대로 머물렀다. 5위 SK 와이번스와 격차는 어느덧 5.5게임까지 벌어진 가운데 오히려 9위 LG 트윈스에 1게임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아직 롯데는 4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여전히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어떤일이 벌어지든지 이상할 건 없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롯데의 5강 티켓 발권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다만 쉽지가 않을 뿐이다. 롯데가 잔여경기에서 승률 5할을 맞추기 위해서는 42경기에서 26승 16패, 승를 6할1푼9리를 거둬야만 한다.

일단 현재 리그 5위인 SK의 승률은 5할5리다. 롯데가 최소 5할은해야 5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10이라는 승패마진을 제로로 돌리기 위해 필요한 승률 6할1푼9리는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현재 리그 1위 삼성의 승률이 6할1푼6리다. 즉 롯데는 잔여시즌 삼성만큼 야구를 잘해야만 5강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개막 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롯데임을 감안하면 지금 성적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IF'들이 실현됐음에도 하위권에서 허덕이는 건 문제가 있다. 일단 외국인선수 3명은 10개 구단 중 최상위권이며, 강민호가 부활하고 황재균도 장타자 변신에 성공했다. 여기에 작년 불안했던 송승준까지 재기에 성공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불안한 불펜이었다.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5.16, 리그 9위다. 그리고 롯데의 팀 블론세이브는 15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롯데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67로 리그 5위, 중간은 가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5.96로 리그 최하위다.
개막 전 롯데 구단은 불펜에 불안요소는 있었어도 이 정도까지 고전할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2012년 이른바 '양떼불펜'으로 불렸던 핵심 선수들 가운데 김사율만 FA로 이적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롯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4년 20세이브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뒷문지기를 담당한 김승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구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가장 큰 이유는 대안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히 불펜투수가 3년 연속 풀타임을 치르면, 1년 정도는 안식년을 갖는다고 말한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에 가깝기 때문에, 아무리 관리를 잘해주며 기용해도 선수는 지치기 마련이다. 게다가 롯데 불펜 핵심요원들은 이미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다. 그럼에도 4월 김승회가 무너지자 롯데는 대안을 찾지 못해 급하게 심수창을 마무리로 돌렸고, 지금도 마무리는 공석 상태다.
결국 예견됐던 불펜 붕괴다. 갑자기 무너지느냐, 아니면 서서히 허물어지느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불행하게도 롯데는 전자였다. 초임인 이종운 감독은 처음 계산이 빗나가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구단 역시 젊은 투수육성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 현재 1군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20대 투수(홍성민, 이성민, 박세웅) 모두 롯데 출신이 아니다. 게다가 내년 복귀 예정인 고원준 역시 트레이드로 영입한 자원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1군에 올릴만한 유망주 투수 자원도 없다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투수가 부족한 KBO 리그인데, 롯데는 체계적인 선수육성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선수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투수 상위라운드 지명자(김대우, 하준호, 홍재영)가 야수로 전향한 것은 많은 걸 시사한다. 게다가 2014년 1차 지명 투수인 김유영은 팔에 통증을 호소하며 야수전향과 투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갑자기 불펜투수들의 기량이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FA 시장에서 철수할 때 구단이 선수육성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지키든지, 그것도 아니면 올 겨울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나서야만 한다. /clenaupp@osen.co.kr